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스테로이드 끊고 체중은 돌아왔는데 뱃살만 남는 이유 — 지방 재배치와 근육 손실
체중이 제자리로 돌아와도 지방은 팔다리에서 배로 옮겨 갑니다. 코르티솔 과다가 5년 넘게 해결된 환자도 허리는 더 굵고 허벅지는 더 가늘었으며, 손아귀 힘은 4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목차

70대 남성 환자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면역질환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쓰는 동안 체중이 5 kg 늘었고, 약을 끊은 뒤 체중은 원래대로 돌아왔는데 배만 그대로라는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체중계가 같은 숫자를 가리키니 주변에서는 「기분 탓」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 아닙니다.
오늘은 이 현상을 최근 논문을 통해 리뷰하겠습니다. 핵심은 체중이라는 총량이 아니라 몸의 구성과 지방이 놓인 부위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체중이 같아도 몸은 달라져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단순히 살을 찌우는 약이 아니며, 지방을 재배치합니다.
팔다리의 피하지방은 줄고, 배 안쪽의 내장지방과 얼굴, 목덜미로 지방이 몰리며, 이것을 중심성 분포(centripetal distribution)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총량이 원래대로 돌아와도 배 둘레는 더 굵어져 있을 수 있는데, 팔다리에서 빠져나간 지방이 배 안쪽으로 옮겨 갔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 지방이 배에 집중적으로 쌓일까요
지방조직 생물학을 정리한 논문이 이 기전을 세 갈래로 설명합니다.
내장지방은 스테로이드 신호를 더 강하게 받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신호는 스테로이드(당질코르티코이드)가 세포 안의 수용체에 결합해 유전자 발현을 바꾸는 신호입니다. 스테로이드는 세포 표면이 아니라 세포 안으로 들어가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glucocorticoid receptor, GR)와 결합하고, 이 결합체가 핵으로 들어가 어떤 유전자를 켜고 끌지를 정합니다.
지방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성질이 다르며, 내장지방은 이 GR의 발현이 팔다리 피하지방보다 높습니다.
수용체가 많다는 것은 같은 양의 약이 들어와도 그 신호를 더 많이 받아들인다는 뜻이며, 내장지방 안에서 만들어지는 코르티솔의 양 자체도 더 많습니다.
지방조직이 스스로 신호를 키웁니다
여기에 증폭 장치가 하나 더 있는데, 지방조직 안의 11β-하이드록시스테로이드 탈수소효소 1형(11β-hydroxysteroid dehydrogenase type 1, 11β-HSD1)이라는 효소가 활성이 없는 형태의 코르티손을 활성형 코르티솔로 되돌리기 때문입니다.
혈액 속 농도가 같아도 지방조직 안에서는 더 높은 농도가 만들어집니다. 이 효소의 활성이 높은 사람에게서 내장지방이 우선적으로 팽창합니다.
이 기전은 쿠싱증후군처럼 전신 농도가 높은 경우뿐 아니라, 지방조직에서만 국소적으로 많이 만들어지는 경우에도 같은 결과를 만듭니다.
인슐린과 함께 작용합니다
당질코르티코이드는 인슐린과 함께 작용해 지방을 저장하는 유전자들의 발현을 늘리며, 식사 뒤 인슐린이 올라와 있는 시간대에 이 작용이 특히 커집니다.
그래서 하루 중 언제 먹는가, 스테로이드를 언제 복용하는가도 결과에 관여합니다.

동시에 팔다리 피하지방은 오히려 고갈됩니다. 저자들은 지방 저장에 미치는 최종 효과가 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정리하면서도, 내장지방을 우선적으로 늘린다는 방향은 일관된다고 적었습니다.
치료가 끝난 뒤 실제로 무엇이 남았을까요
사람에서 이것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자료는 쿠싱증후군이 완전히 해결된 뒤 추적 관찰해 본 연구입니다.
코르티솔 과다가 해결된 지 5년 이상 지난 환자 58명을, 나이와 성별과 체질량지수를 맞춘 건강한 58명과 비교했습니다.
- 허리둘레가 더 컸습니다(P<0.01).
- 허벅지 둘레는 더 작았습니다(P<0.01).
- 허리-엉덩이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P<0.01).
- 몸통 지방의 비율이 더 높았고(P=0.01), 몸통 지방을 다리 지방으로 나눈 값도 더 컸습니다(P<0.01).

체질량지수를 맞추어 비교했는데도 이런 차이가 났습니다. 같은 체중 같은 나이인데 지방이 배치된 부위가 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혈액에서도 차이가 있었고, 지방세포가 내보내는 물질 가운데 아디포넥틴은 낮고 렙틴과 레지스틴은 높았습니다. 저자들은 이 조합이 심혈관 위험이 오래 남는 데 관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진짜 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근육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지방 재배치의 문제였지만 최근 연구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근육 손실이었습니다.
쿠싱증후군 환자 88명을 진단 시점부터 최대 4년까지 추적하며 근력을 잰 연구가 있습니다.
- 진단 시점의 손아귀 힘은 건강한 사람의 83%였습니다.
- 코르티솔 과다가 해결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71%로 더 떨어졌습니다(P≤0.001).
- 이후 4년까지 추적하는 동안 기준 시점보다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 의자에서 다섯 번 일어서는 시간은 8초에서 6개월 뒤 7초로 조금 나아졌지만(P=0.004), 3년 뒤에도 7초에 머물렀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5초였습니다(P=0.038).

병의 원인이 해결되었는데도 근력은 스스로 회복되지 않았으며, 저자들은 「저절로 낫지 않으므로 개입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오래 남는 근력 저하를 예측한 요인은 세 가지였고, 나이, 허리-엉덩이 비율, 그리고 기준 시점의 당화혈색소였습니다. 근력은 삶의 질과도 강하게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스테로이드가 줄어드는 과정 자체도 증상을 만듭니다
약을 줄이는 동안 몸이 겪는 일도 따로 있습니다. 이것을 당질코르티코이드 금단 증후군(glucocorticoid withdrawal syndrome, GWS)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이 어려우니 풀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몸은 원래 부신이라는 기관에서 코르티솔을 스스로 만듭니다. 그런데 스테로이드를 밖에서 오랫동안 넣어 주면 부신은 그 일을 쉬게 됩니다. 이미 충분히 들어오고 있으니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약을 줄일 때인데, 쉬고 있던 부신이 곧바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다 몸은 그동안 높은 농도에 익숙해져 있어서, 혈액 검사에서 코르티솔이 정상 범위로 나와도 몸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때 나타나는 것이 근육통, 관절통, 피로, 기운 없음, 잠이 잘 오지 않는 증상입니다. 병이 재발한 것도 아니고 새로운 병이 생긴 것도 아니며, 몸이 다시 스스로 코르티솔을 만드는 상태로 돌아가는 동안 겪는 적응 기간입니다.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칩니다. 이 시기를 모르고 계시면 「약을 끊었더니 더 나빠졌다」고 느끼시고 스스로 다시 약을 찾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코르티솔 과다가 해결된 뒤 12주 동안 매주 증상을 조사한 연구에서 다음이 확인되었습니다.
- 근육통과 관절통 50%
- 피로 45%
- 위약감 34%
- 수면 장애 29%
- 기분 변화 19%

대부분의 증상이 이어졌고, 근육통과 관절통, 위약감은 5주에서 12주 사이에 오히려 심해졌습니다.
12주 시점에 손아귀 힘은 기준보다 더 약해져 있었습니다(Z점수 -0.37, P=0.009). 반면 의자에서 일어서는 능력은 좋아졌고(Z점수 0.50, P=0.013) 삶의 질 점수도 올라갔습니다.
즉 회복과 금단이 같은 시기에 겹쳐서 일어나며, 「약을 끊었는데 더 힘들다」는 말씀이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닌 이유입니다.
70대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여기부터가 70대 환자분께 특히 중요한 부분이 되겠습니다.
70대에는 이미 나이에 따른 근감소증(sarcopenia)이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에 스테로이드로 인한 근병증(myopathy)이 겹치면 두 가지 손실이 한꺼번에 쌓입니다.
근육이 줄어든 부위를 지방이 채우면서 체중계의 숫자는 그대로인데 몸의 구성만 바뀌며, 이것을 근감소성 비만(sarcopenic obesity)이라고 부릅니다.
「체중은 돌아왔는데 뱃살만 늘었다」는 호소는 이 조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앞의 연구에서 나이가 오래 남는 근력 저하의 예측 인자였다는 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기다리는 것보다 되살리는 쪽이 빠릅니다.
근력 운동에 단백질 보충을 더한 연구들을 모아 정리한 분석이 있으며,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메타분석을 다시 모은 것입니다.
근력 운동만 한 경우보다 단백질을 함께 보충한 경우에 제지방량과 근육량이 더 늘었습니다. 다만 근력 자체의 증가에는 차이가 없었고, 근거의 질은 중간에서 매우 낮음까지 걸쳐 있었습니다.

재는 기준도 함께 바꾸실 필요가 있겠는데, 체중과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만 보면 이 변화를 놓치기 때문입니다.
- 허리둘레를 배꼽 높이에서 재고 기록해 두십시오.
- 허리-엉덩이 비율은 앞의 연구에서 오래 남는 근력 저하를 예측한 항목이었습니다.
- 손아귀 힘과 의자에서 다섯 번 일어서기는 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근력 지표입니다.
- 가능하면 근육량을 재는 체성분 검사를 함께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레한의원 코멘트
인천 송도에 있는 이레한의원은 자가면역질환을 중점적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먼저 분명히 적어 두겠습니다. 본원에서는 호르몬 검사나 혈액검사를 하지 않고,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거나 용량을 조절하지도 않으며, 약의 조절은 담당 선생님께 받으시는 항목입니다.
이 글을 정리해 드린 이유는 진료실에서 자주 겪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체중이 돌아왔으니 괜찮다」고 넘어가면 정작 남아 있는 문제를 놓칩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실제로 남는 것은 체중이 아니라 지방이 놓인 부위와 줄어든 근육입니다.
특히 70대에서는 근육이 한 번 줄면 저절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대로 두면 다음에 다시 스테로이드를 써야 할 때 회복이 더 어려워집니다.
본원에서 함께 살피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스테로이드를 쓰게 만든 원인 질환의 활동성을 낮춰 다시 쓰는 횟수를 줄이는 방향을 함께 봅니다.
둘째, 피로와 통증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먼저 다룹니다. 금단 시기의 근육통과 위약감은 실제로 있는 증상이며, 이때 활동량이 더 줄어드는 것이 문제입니다.
셋째, 재는 기준을 바꾸어 체중이 아니라 허리둘레와 근력의 변화를 기록합니다.
관련 내용은 본원 칼럼에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 스테로이드를 오래 쓰실 때 생기는 문제 전반은 쇼그렌증후군과 쿠싱증후군 —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부작용의 원인과 관리 글에 담았습니다.
- 국소 주사로 쓰는 경우의 문제는 스테로이드 주사, 인대와 힘줄에는 무엇이 남을까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방이 배로 몰리는 변화가 다른 상황에서도 일어나는 과정은 조기폐경 뒤 늘어난 체중, 스테로이드 때문일까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인천에서 자가면역질환 상담을 받으시는 분들께는 스테로이드를 쓰신 시기와 용량, 그리고 체중과 허리둘레가 변한 시점을 함께 적어 오시도록 안내드리고 있습니다. 그 기록이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체중이 돌아왔는데 배만 나온 느낌은 착각인가요?
A. 착각이 아닙니다. 스테로이드는 팔다리 피하지방을 줄이고 배 안쪽 지방을 늘리는 방향으로 지방을 재배치하므로, 총량이 같아도 배 둘레는 더 굵어져 있을 수 있겠습니다.
Q. 왜 배에만 쌓이나요?
A. 내장지방은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가 팔다리 지방보다 많아 신호를 더 강하게 받습니다. 여기에 지방조직 안의 11β-HSD1이라는 효소가 코르티솔을 다시 활성형으로 되돌려 조직 안 농도를 더 높입니다.
Q.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돌아오나요?
A. 지방은 상당 부분 돌아옵니다. 특히 치료 목적으로 몇 달 쓴 경우라면 회복이 더 온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코르티솔 과다가 5년 이상 해결된 환자에서도 허리둘레가 더 크고 허벅지 둘레가 더 작은 상태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 글에 인용한 사람 대상 연구는 대부분 몸이 스스로 코르티솔을 오랫동안 과다하게 만든 경우를 본 것입니다. 치료로 쓰는 스테로이드보다 노출의 크기와 기간이 훨씬 크므로, 회복의 정도는 쓰신 용량과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시는 편이 맞습니다.
Q. 근육은 어떤가요?
A. 근육이 가장 늦게 돌아옵니다. 환자 88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손아귀 힘은 원인이 해결된 6개월 뒤 오히려 더 떨어졌고, 4년까지 추적하는 동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Q. 약을 끊었는데 더 아픈 것은 왜인가요?
A. 당질코르티코이드 금단 증후군(GWS)일 수 있겠습니다. 근육통과 관절통이 50%, 피로가 45%에서 나타났고, 근육통과 위약감은 5주에서 12주 사이에 오히려 심해졌습니다.
Q. 70대인데 근육이 다시 늘어날까요?
A. 늘어납니다. 다만 저절로가 아니라 근력 운동이 필요합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단백질을 함께 보충하면 근력 운동만 할 때보다 근육량이 더 늘었습니다.
Q. 무엇을 재면 좋을까요?
A. 체중보다 허리둘레를 배꼽 높이에서 재어 기록해 두십시오. 손아귀 힘과 의자에서 다섯 번 일어서는 시간도 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Q. 한의원에서 이것을 검사할 수 있나요?
A. 송도 한의원인 본원은 호르몬 검사나 체성분 정밀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허리둘레와 근력 변화를 함께 기록하며 원인 질환의 활동성과 활동량 회복을 살피는 역할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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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hang CD et al (2023) Glucocorticoid withdrawal syndrome following surgical remission of endogenous hypercortisolism: a longitudinal observational study. Eur J Endocrinol 188:592-602.
- Vieira AF et al (2022) Effects of Protein Supplementation Associated with Resistance Training on Body Composition and Muscle Strength in Older Adults: A Systematic Review of Systematic Reviews with Meta-analyses. Sports Med 52:2511-2522.
- Curtis JR et al (2006) Population-based assessment of adverse events associated with long-term glucocorticoid use. Arthritis Rheum 55:420-426.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