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쇼그렌증후군과 여성호르몬 — 낮은 에스트로겐은 원인일까 결과일까
쇼그렌증후군 환자에게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면 도움이 될까요? 최근 연구는 우리의 직관과 반대되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쇼그렌증후군은 환자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흔히 폐경 무렵에 시작됩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줄면 이 병이 생기는 것 아닐까'라는 가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발표된 한 연구는 환자대조군 분석과 유전 인과분석을 결합해, 이 관계의 방향이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정반대일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오늘은 호르몬과 이 질환의 관련성을 이 연구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왜 여성호르몬을 의심했나
쇼그렌증후군은 강한 여성 편향을 보이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환자의 절대다수가 여성이고, 발병 시점이 폐경 전후에 몰려 있으며, 큰 스트레스 사건 뒤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역학적 특징은 자연스럽게 호르몬, 특히 폐경과 함께 줄어드는 난소 에스트로겐과 부신 호르몬(DHEA)을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가 폐경 여성에서 성호르몬 감소와 발병의 연관을 보고했지만, 결과가 엇갈려 '낮은 에스트로겐이 정말 원인인지'는 불분명했습니다.

어떻게 연구했나
연구진은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썼습니다. 먼저 중국 난징의 한 병원에서 자연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새로 진단된 환자 93명과 비슷한 건조 증상을 보이지만 이 병은 아닌 대조군 90명의 혈중 호르몬을 비교했습니다(환자대조군 연구). 그다음, 관찰 연구의 한계인 '인과의 방향' 문제를 풀기 위해 멘델리안 무작위화(MR)라는 유전 분석을 더했습니다. 이는 타고난 유전 변이를 도구로 삼아, 호르몬과 질환 사이의 인과 방향을 양쪽으로 따져보는 방법으로, UK 바이오뱅크와 핀젠(FinnGen, 환자 2,495명·대조 38만여 명)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환자에서 에스트로겐이 낮았다
환자대조군 결과는 통념과 일치했습니다. 쇼그렌증후군 환자의 평균 에스트라디올(E2)은 84.41 pmol/L로 대조군 91.57 pmol/L보다 유의하게 낮았고(p=0.048), 에스트라디올이 기준치(89.76 pmol/L) 미만인 '저에스트라디올' 비율도 환자군 62.37% 대 대조군 46.67%로 더 높았습니다(p=0.033). 여러 교란요인을 보정해도 에스트라디올이 낮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았고(보정 교차비 0.984), 저에스트라디올은 위험을 약 2.2배 높였습니다(보정 교차비 2.195). 반면 테스토스테론·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SHBG)·난포자극호르몬 등 다른 호르몬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과는 정반대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에스트로겐이 낮아서 병이 생긴다'고 결론 내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유전 인과분석은 다른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먼저 호르몬을 원인으로, 질환을 결과로 놓은 분석에서는, 유전적으로 결정된 에스트라디올·테스토스테론·SHBG 수치 어느 것도 이 질환 발병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지 않았습니다. 즉 '낮은 에스트로겐이 병을 일으킨다'는 인과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방향을 뒤집어 질환을 원인으로 놓자 비로소 유의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질환에 대한 유전적 소인이 높을수록 여성의 에스트라디올이 낮아졌습니다(역분산가중 교차비 0.954, 95% 신뢰구간 0.917~0.992, p=0.019). 남성에서는 이 효과가 없었습니다. 정리하면, 낮은 에스트로겐은 이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아니라, 질환이 진행하면서 나타나는 '결과'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를 '쇼그렌증후군 → 에스트라디올 감소'의 한 방향 관계로 결론지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여성에게 많을까
호르몬이 원인이 아니라면, 강한 여성 편향은 무엇으로 설명될까요? 연구진은 성호르몬보다 X염색체의 '개수 효과'를 더 유력한 후보로 봅니다. 사람은 X염색체 두 개 중 하나를 비활성화하지만 약 10%의 유전자는 이를 빠져나가는데, 자가면역과 관련된 TLR7 같은 유전자가 여기 포함됩니다. 그래서 X염색체가 둘인 세포는 TLR7 신호가 더 강하게 켜집니다. 실제로 X염색체가 둘인 남성(클라인펠터증후군, XXY)은 여성과 비슷한 자가면역 취약성을 보이고, X염색체가 하나뿐인 여성(터너증후군, X0)은 오히려 보호 경향을 보입니다. 여성 편향이 호르몬 자체보다 X염색체 용량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단서입니다.

호르몬 치료는 효과가 있을까
이 결과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낮은 에스트로겐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면, 폐경 여성에게 에스트로겐을 보충해 이 병을 '예방'하려는 시도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호르몬 보충요법이 안구건조 증상에 미치는 효과는 임상시험마다 엇갈렸고, 한 연구에서는 3개월 호르몬 보충이 오히려 폐경 여성에게 안구건조를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부신 호르몬 DHEA 역시 쇼그렌증후군에 대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검증되지 않은 보충제 사용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다만 안드로겐(테스토스테론) 점안 등 일부 접근은 사례 보고에서 건조 증상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글은 다음 논문을 토대로 정리했습니다. Zhang J, Sun Q, Wang A, et al (2025) The association between Sjögren's disease and sex hormones: A case-control and Mendelian randomization study. SAGE Open Med 13:20503121251405020.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쇼그렌증후군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을 오랜 기간 살펴왔습니다. 검사 수치와 최신 연구 근거를 바탕으로, 건조 증상 관리뿐 아니라 호르몬·전신 상태를 함께 고려하는 관리를 지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에스트로겐이 낮으면 쇼그렌증후군에 걸리나요?
A. 이 연구에 따르면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환자에서 에스트로겐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유전 인과분석에서는 '낮은 에스트로겐이 병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질환이 진행하면서 에스트로겐이 낮아지는, 즉 결과에 가까운 관계로 나타났습니다.
Q. 그럼 폐경 후 호르몬 보충이 쇼그렌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A. 이 연구의 결론은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입니다. 낮은 에스트로겐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호르몬 보충요법의 안구건조 효과도 연구마다 엇갈립니다. 호르몬 치료 여부는 본인의 폐경 증상과 전신 상태를 고려해 전문 의료기관에서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여성에게 훨씬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 연구는 성호르몬보다 X염색체의 개수 효과(TLR7 등 면역 유전자의 작용)를 더 유력한 원인으로 봅니다. 호르몬만으로는 여성 편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