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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악병, 유전과 글루텐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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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셀리악병, 유전과 글루텐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때

박석민
의료 감수 박석민 대표원장
한 줄 요약

셀리악병은 HLA-DQ2·DQ8 유전자와 글루텐만으로 발병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생후 첫 2년의 장바이러스 반복 노출과 칸디다 단백질의 분자 모방 가설을 다룬 2026년 논문을 정리했습니다.

셀리악병 진단을 받으신 분들 가운데 "우리 가족도 같은 유전자를 가졌는데 왜 나만 병이 생겼을까" 하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실제로 유전 소인을 가진 사람 중 실제로 발병하는 비율은 일부에 그칩니다.

유전 소인과 글루텐 외에 장내 바이러스와 진균이 셀리악병의 추가 요인으로 제안된다는 개념 그림

유전자와 글루텐이라는 두 조건만으로는 설명이 끝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최근 연구는 그 빈자리를 채우는 세 번째 요인으로 장 속의 바이러스와 곰팡이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2026년 Nutrients에 실린 논문을 통해, 세균이 아닌 이 두 무리가 셀리악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리뷰해 보겠습니다.

셀리악병은 어떤 병일까요?

셀리악병(celiac disease, CeD) 은 밀·보리·호밀에 든 글루텐을 먹었을 때 소장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만성 질환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에서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지역과 나이, 진단 방식에 따라 유병률은 달라집니다.

발병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유전적 소인입니다. 주로 HLA-DQ2HLA-DQ8 이라는 조직적합항원 유형이 관여합니다.

둘째, 글루텐 섭취입니다. 먹지 않으면 병이 진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두 조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문제는 이 두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 가운데 소수만 실제로 발병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경구 관용(oral tolerance) 을 무너뜨리는 추가 방아쇠를 찾아 왔습니다. 경구 관용이란 음식으로 들어온 단백질에 대해 면역이 공격하지 않도록 배우는 능력을 말합니다.

장 속에는 세균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장내 미생물이라고 하면 보통 세균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장 안에는 바이러스와 곰팡이, 고세균, 원생동물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 바이롬(virome) — 장에 사는 바이러스 전체를 가리킵니다. 대부분은 사람이 아니라 세균을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입니다
  • 마이코바이옴(mycobiome) — 장에 사는 진균, 즉 곰팡이와 효모 전체를 가리킵니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 집단의 크기를 조절하고 유전자 이동을 매개합니다. 그래서 바이러스 구성이 달라지면 세균 구성이 달라지고, 그 결과 장벽의 상태와 면역의 성숙까지 함께 영향을 받습니다.

Seidita A et al (2026)은 이 두 무리에 관한 연구를 모아 정리했습니다. 바이러스 쪽은 388편을 검색해 17편이, 진균 쪽은 별도의 기준으로 추린 연구들이 최종 분석에 포함됐습니다.

장바이러스는 경구 관용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동물 실험에서 가장 분명한 그림이 나왔습니다.

리오바이러스 실험이 보여 준 경로

리오바이러스(reovirus) 는 사람에게 보통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지나가는 흔한 장바이러스입니다.

그런데 생쥐에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글루텐을 접하게 하면, 글루텐에 대한 면역 관용이 무너지고 Th1 반응이 우세해지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조절 T세포 쪽으로 가야 할 반응이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진 것입니다.

이 과정의 중심에는 제1형 인터페론(type I interferon) 이 있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 중에 만들어지는 이 물질이 경구 관용을 무너뜨렸습니다.

Brigleb PH et al의 후속 연구는 경로를 더 자세히 밝혔습니다.

첫째, 리오바이러스 T1L 균주가 장에 감염되면 장간막 림프절로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세포) 가 동원되고 활성화됩니다. 이 과정은 제1형 인터페론에 의존합니다.

둘째, 활성화된 NK세포는 제2형 인터페론 신호에 기여하고, 염증성 수지상세포와 T세포 반응을 촉진합니다.

셋째, NK세포를 제거하면 바이러스로 인한 경구 관용 상실이 줄어들었습니다. 이 세포가 과정에 실제로 관여한다는 근거입니다.

장 속 다른 생물이 막아 주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바이러스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Medina Sanchez L et al의 생쥐 실험에서, 장에 사는 원생동물인 Tritrichomonas arnold가 있으면 리오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경구 관용 상실이 억제됐습니다. 음식 항원을 제시하는 수지상세포의 염증 프로그램을 눌러 Th1 반응을 제한하고 조절 T세포 반응을 늘린 결과였습니다.

즉 장 안에서 서로 다른 무리끼리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최종 결과를 바꿉니다.

리오바이러스 감염이 제1형 인터페론과 자연살해세포를 거쳐 글루텐에 대한 경구 관용을 무너뜨리는 경로를 나타낸 그림

인천 송도에서 셀리악병 관리를 상담하실 때, 글루텐 하나만 놓고 보기보다 장 전체의 환경을 함께 보는 관점이 이런 연구에서 나옵니다.

사람에서는 어디까지 확인됐을까요?

동물 실험의 그림이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지가 관건입니다. 저자들은 근거의 성격에 따라 나눠서 정리했습니다.

앞을 내다본 연구들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TEDDY 연구입니다. 유전적으로 위험이 높은 아이들을 태어난 직후부터 등록해 15년간 추적한 대규모 연구입니다.

Lindfors K et al (2020)은 이 코호트에서 셀리악 자가면역이 생긴 아이 83명과, 생기지 않은 아이 83명을 짝지어 대변 검체를 분석했습니다.

생후 첫 2년 동안 장바이러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아이에게서 셀리악 자가면역 위험이 높았고, 글루텐 섭취량이 많을수록 그 경향이 더 뚜렷했습니다. 저자들은 이를 바이러스와 글루텐이 함께 작용하는 이중 타격 모형으로 설명했습니다.

Kahrs CR et al (2019)은 셀리악병이 생긴 아이 25명과 대조군 50명의 대변을 생후 3개월부터 36개월까지 매달 모아 비교했습니다.

  • 자가항체가 나타나기 전에 장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가 환자군에서 더 흔했습니다
  • 특히 글루텐을 처음 먹기 시작한 뒤의 감염에서 연관이 강했습니다
  • 바이러스 양이 많고 감염 기간이 길수록 위험 추정치가 높았습니다
  • 아데노바이러스와는 연관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Tapia G et al (2021)은 노르웨이 연구에서 어린 시절의 파레코바이러스 감염이 유전적 위험군 아동의 셀리악병 발생과 연관된다고 보고했습니다.

결과가 갈리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모든 연구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Carlsson A et al은 임신 중 산모의 장바이러스 감염이 자녀의 셀리악병 발생과 연관되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DIABIMMUNE 코호트에서 Simre K et al은 셀리악병이 생긴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사이에 실험실에서 확인된 흔한 바이러스 감염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저자들은 이 불일치를 그대로 적었습니다. 시간 순서를 확인한 연구가 여럿 있지만, 관찰 연구이므로 인과관계를 확정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곰팡이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진균 쪽은 근거가 훨씬 얇습니다. 그래도 흥미로운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건강한 장의 진균 구성과 셀리악병에서 보고된 진균 변화, 그리고 글루텐 프리 식이의 영향을 정리한 논문 그림

칸디다의 단백질이 글리아딘과 닮았습니다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가 실 모양으로 자라는 침습 단계에서 Hwp1 이라는 세포벽 단백질을 만듭니다.

이 단백질의 펩타이드 서열이 글루텐의 구성 성분인 글리아딘(gliadin) 과 부분적으로 닮아 있다는 점이 보고됐습니다.

칸디다의 Hwp1 단백질과 글루텐의 글리아딘이 부분적으로 닮은 서열을 가져 면역이 혼동할 수 있다는 분자 모방 개념 그림

셀리악병 환자에게서 항Hwp1 반응과 ASCA라는 항체 반응 사이에 유의한 상관관계가 관찰됐습니다. 저자들은 이를 분자 모방(molecular mimicry) 의 가능성으로 해석했습니다. 곰팡이 단백질을 겨냥해 만들어진 면역 반응이 비슷하게 생긴 글루텐 조각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다만 이 관찰만으로는 장내 진균 불균형이 있다거나 칸디다가 병을 일으킨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저자들도 이 점을 분명히 적었습니다.

진단 지표로 쓰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El Mouzan M et al은 셀리악병 아동 40명과 대조군 39명에서 세균·바이러스·진균 DNA를 모두 분석해, 두 집단을 얼마나 잘 가려내는지 평가했습니다.

진균 성분만으로는 판별력이 낮았습니다.

  • 대변 검체 곡선하면적 67.7%. 곡선하면적은 1.0에 가까울수록 좋은 검사인데, 0.7~0.8이면 쓸 만한 수준으로 봅니다. 67.7%는 그 기준에 못 미칩니다
  • 점막 검체 곡선하면적 35%. 절반인 50%보다도 낮아 사실상 판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세균과 바이러스를 합친 신호가 더 나은 성적을 보였습니다. 진균만으로 만든 지표는 아직 임상에서 쓸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입니다.

글루텐을 끊으면 원래대로 돌아올까요?

셀리악병 관리의 기본은 글루텐 프리 식이입니다. 그런데 이 식이가 장내 바이러스와 진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셀리악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간을 두고 관찰한 연구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Garmaeva S et al은 장내 바이러스 구성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원래 바이러스 다양성이 낮았던 사람에서는 식이 개입으로 일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결과를 셀리악병 환자에게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관찰은 있습니다. 글루텐을 엄격히 끊어도 미생물 구성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보고들입니다. 세균 불균형은 일부 좋아지지만 남는 변화가 있고, 진균 쪽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 연구를 읽을 때 함께 알아야 할 한계

저자들은 한계를 길게 적었습니다. 근거를 과장하지 않기 위해 그대로 옮깁니다.

먼저 이 논문은 원저 실험이 아니라 여러 연구를 모아 정리한 논문입니다. 체계적 문헌고찰 방법론이나 편향 위험 평가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연구에는 분류되지 않은 서열이 매우 많습니다. 참조 데이터베이스가 아직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진균 연구는 더 까다롭습니다.

  • 장 검체에서 진균 DNA는 전체 미생물 DNA 가운데 아주 적은 비율이라, 시약이나 환경에서 들어온 오염에 결과가 흔들리기 쉽습니다
  • 대변에서 검출된 진균 상당수는 장에 자리 잡고 사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 먹은 음식에서 온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자들은 바이롬과 마이코바이옴을 지금 단계에서 치료 표적이나 진단 지표로 보기보다, 앞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는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레한의원 코멘트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셀리악병을 비롯해 소화기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오늘 살펴본 논문에서 가장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부분은 글루텐을 끊어도 남는 부분이 있다는 관찰입니다. 진료실에서도 식이를 잘 지키는데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진료실에서 소화기 증상과 식이 경과를 함께 정리해 보는 장면

다만 분명히 적어 두겠습니다. 셀리악병의 진단과 항체 검사, 내시경 조직 검사는 진단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에서 받으시는 것이 맞습니다. 인천 셀리악병 한의원을 찾으시는 분들께 이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한의원에서는 이미 받으신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신적인 면역 균형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치료에 접근합니다. 송도에서 소화기 증상을 상담하실 때 이 구분을 먼저 정리해 두시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송도 자가면역질환 한의원으로서 덧붙이면, 식이를 지키는 일과 몸 전체의 회복은 서로 다른 과제입니다. 그 두 가지를 함께 정리해 가는 과정을 인천 이레한의원이 동행하겠습니다.

셀리악병이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함께 오는 경우에 대해서는 쇼그렌증후군·자가면역성 갑상선염과의 관계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만성 두드러기가 함께 있다면 갑상선염·당뇨·셀리악병이 함께 오는 이유 글을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장염을 앓으면 셀리악병에 걸리나요?
A. 그런 뜻이 아닙니다. 장바이러스 감염은 매우 흔하지만 셀리악병이 생기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유전적 위험이 높은 아이들에서 반복 노출이 위험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찰됐다는 점이고, 관찰 연구라 인과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Q. 아이에게 글루텐을 늦게 먹이면 예방이 되나요?
A. 이 논문은 글루텐 도입 시기 자체를 검증한 연구가 아닙니다. TEDDY 연구에서 글루텐 섭취량이 많을수록 바이러스 노출의 영향이 커 보였다는 관찰은 있지만, 이를 근거로 이유식 방침을 바꾸는 것은 권고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식이는 담당 소아과와 상의해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프로바이오틱스나 항진균제가 도움이 될까요?
A. 현재까지 셀리악병에서 장내 진균이나 바이러스를 조절해 경과를 바꿨다는 사람 대상 연구는 없습니다. 저자들도 이 부분을 확립된 치료 전략이 아니라 앞으로 연구할 방향으로 적었습니다. 임의로 항진균제를 복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Q. 글루텐을 끊었는데도 증상이 남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미량 섭취가 남아 있는 경우, 다른 소화기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 그리고 이 논문이 지적한 것처럼 미생물 구성의 변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함께 거론됩니다. 증상이 이어진다면 진단을 담당한 의료기관에서 재평가를 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문헌

  • Seidita A et al (2026) Beyond Bacteria: The Emerging Role of the Gut Virome and Mycobiome in Celiac Disease. Nutrients 18:2721
  • Lindfors K et al (2020) Metagenomics of the faecal virome indicate a cumulative effect of enterovirus and gluten amount on the risk of coeliac disease autoimmunity in genetically at risk children: the TEDDY study. Gut 69:1416-1422
  • Kahrs CR et al (2019) Enterovirus as trigger of coeliac disease: nested case-control study within prospective birth cohort. BMJ 364:l231
  • Bouziat R et al (2017) Reovirus infection triggers inflammatory responses to dietary antigens and development of celiac disease. Science 356:44-50
  • Tapia G et al (2021) Parechovirus Infection in Early Childhood and Association With Subsequent Celiac Disease. Am J Gastroenterol 116:788-795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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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민

박석민 대표원장

19년간 자가면역질환과 구강작열감증후군과 같은 신경병증성 통증을 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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