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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감염은 어떻게 자가면역질환의 방아쇠가 되나 — 분자 모방·에피토프 확산·방관자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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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바이러스 감염은 어떻게 자가면역질환의 방아쇠가 되나 — 분자 모방·에피토프 확산·방관자 활성화

박석민
의료 감수 박석민 대표원장
한 줄 요약

Sundaresan et al (2023)은 바이러스 감염이 자가면역질환의 시작에 관여하는 경로를 정리하면서, 지금까지 제안된 기전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심한 감기를 앓고 난 뒤부터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바이러스 감염이 자가면역질환의 시작에 관여하는 경로를 설명하는 안내 이미지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거나, 입안이 마르기 시작했거나, 이유 없는 피로가 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감염과 자가면역질환 사이에 정말 연결 고리가 있는지, 오늘은 이 주제를 정리한 최근 리뷰 논문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어디까지 밝혀졌는지 말씀드립니다

Sundaresan et al (2023)은 바이러스 감염이 자가면역질환의 시작에 관여하는 경로를 정리하면서, 지금까지 제안된 기전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분자 모방, 에피토프 확산, 그리고 방관자 활성화입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내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아래에서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다만 미리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사람에게서 인과관계가 확정된 공식이 아니라, 동물 실험과 환자 관찰에서 반복해 확인된 「그럴듯한 경로」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은 왜 생기나요?

면역계의 핵심 능력은 내 것과 남의 것을 가려내는 일입니다.

이 구분이 흐트러지면 감염과 종양에는 취약해지고, 반대로 자기 조직을 공격하는 반응이 생깁니다. 이 논문은 전 세계 인구의 약 5퍼센트가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으며 서구화된 사회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원인은 크게 유전과 환경 두 갈래로 봅니다. 그리고 환경 요인 가운데 오래 지목되어 온 것이 바이러스 감염입니다.

첫째, 분자 모방 — 모양이 닮아서 생기는 오인

가장 널리 알려진 경로입니다.

바이러스 조각과 우리 몸 단백질의 모양이 닮아 면역이 헷갈리는 과정

바이러스 단백질의 어떤 조각이 우리 몸 단백질과 구조가 닮아 있으면, 그 바이러스를 잡으려고 만들어진 면역세포가 우리 몸 조직까지 함께 공격하게 됩니다. 이것을 분자 모방(molecular mimicry)이라고 부릅니다.

이 개념은 Oldstone 연구진이 일찍이 제시했습니다. 홍역 바이러스와 단순포진 바이러스 단백질에 반응하는 항체가 사람 세포의 중간섬유 단백질과도 교차 반응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같은 연구진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중합효소가 미엘린 기본단백의 특정 부위와 여섯 개의 아미노산을 연달아 공유한다는 점도 보고했습니다. 미엘린은 신경섬유를 감싸는 껍질이며, 실제로 이 부위를 넣은 바이러스를 쥐에 감염시키자 자가면역성 뇌척수염이 생겼습니다.

분자 모방의 특징은 공격이 특정 조직으로 향한다는 점입니다. 뒤에 나올 방관자 활성화가 부위를 가리지 않는 것과 대비됩니다.

둘째, 에피토프 확산 — 표적이 번져 나가는 과정

에피토프는 면역세포가 알아보는 「표적 지점」을 말합니다.

면역 반응이 진행되는 동안 그 표적이 바뀌어 갈 수 있는데, 이를 에피토프 확산(epitope spreading)이라고 합니다. 같은 단백질 안에서 다른 부위로 옮겨 가기도 하고(분자 내 확산), 아예 다른 단백질로 넘어가기도 합니다(분자 간 확산).

원래 이것은 병원체를 빨리 없애기 위한 정상 반응입니다. 표적을 넓혀야 감염을 효율적으로 걷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표적이 늘어날수록 자기 조직과 교차 반응하는 면역세포가 함께 깨어날 위험도 커진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단백질 안쪽에 접혀 숨어 있어 평소에는 면역계가 볼 수 없던 부위가 있는데, 이를 숨은 에피토프(cryptic epitope)라고 부릅니다. 감염 과정에서 단백질이 잘리고 처리되면 이 부위가 밖으로 드러나 새로운 표적이 됩니다.

셋째, 방관자 활성화 — 옆에 있다가 휘말리는 경우

세 번째 경로는 앞의 두 가지와 성격이 다릅니다.

염증 환경에서 자가반응성 세포가 함께 깨어나는 과정

방관자 활성화(bystander activation)는 표적을 알아보지 못한 상태에서도 주변 환경만으로 면역세포가 깨어나는 현상입니다. 사이토카인, 케모카인 같은 신호물질이 그 방아쇠가 됩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직으로 바이러스 특이 T세포가 이동해 감염된 세포를 죽입니다. 이때 방출된 세포독성 물질이 옆에 있던 멀쩡한 세포까지 함께 손상시킵니다.

그 결과 조직이 부서지면서 안에 있던 자기 단백질이 염증 환경으로 새어 나옵니다. 보통은 대식세포가 이 잔해를 치우지만, 염증이 심한 환경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새로운 표적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이 경로에서는 종양괴사인자(TNF)와 산화질소 같은 염증 물질이 함께 쏟아지면서 반응이 증폭됩니다.

어떤 질환에서 어떤 바이러스가 지목되나요?

이 논문은 질환별로 제안된 바이러스와 기전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몇 가지만 옮겨 보겠습니다.

질환별로 제안된 바이러스와 기전을 정리한 표

류마티스관절염(rheumatoid arthritis)에서는 HTLV가 활막 세포의 자율적인 증식과 염증에 관여한다고 보고되었고,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EBV)는 콜라겐·케라틴에 대한 분자 모방 경로로 지목되었습니다.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에서는 단순포진 바이러스의 당단백 gB 부위가 뇌 특이 인자와 닮아 있다는 분자 모방 가설과, EBV가 중추신경계 미엘린을 표적으로 삼는 경로가 함께 제시되었습니다.

다발성경화증은 유전 소인도 뚜렷해서,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유전 위험 변이가 확인되었고 그중 HLA-DRB1*15:01이 대표적입니다.

즉 바이러스 하나로 병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감염이 방아쇠로 얹히는 구도로 보는 것이 정확하겠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대한 이야기

코로나19(COVID-19) 유행 이후 감염 뒤 자가면역질환이 생겼다는 증례 보고가 늘었습니다.

코로나19에서 올라간 지표와 내려간 지표

논문은 그 배경으로 몇 가지를 들었습니다. 성숙 자연살해세포와 CD8 양성 T세포가 과하게 활성화되고, B세포와 T세포, 염증 사이토카인이 흐트러지는 양상이 자가면역 반응과 겹친다는 것입니다.

실제 수치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코로나19 환자에서 TNF-α, 인터루킨-1(IL-1), 인터루킨-6(IL-6) 수치와 백혈구·호중구 수가 올라가고, 림프구·단핵구·호산구·호염기구 수는 내려갔습니다.

환자 23명을 관찰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자가반응성 B세포의 방관자 활성화가 기술되었습니다. 소아 다기관 염증증후군(MIS-C)의 발생이 유행 기간에 늘었다는 관찰과, 감염 뒤 길랭-바레증후군이나 루푸스가 나타난 증례 보고도 함께 정리되었습니다.

다만 이 대목은 증례 보고와 소규모 관찰이 중심이라 근거의 무게가 가볍습니다. 「코로나에 걸리면 자가면역질환이 생긴다」로 읽으실 내용이 아닙니다.

그러면 감염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여기까지 읽으시면 감염이 무섭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리하면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소인과 감염, 몸 상태가 겹칠 때 방아쇠가 당겨지는 구도

바이러스에 걸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만 자가면역질환이 생기는 분은 그중 일부입니다. 소인과 감염, 그리고 그때의 몸 상태가 겹칠 때 방아쇠가 당겨진다고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겠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손댈 수 있는 부분은 감염을 아예 피하는 것보다, 감염 뒤 염증이 오래 끌지 않도록 회복을 돕는 쪽에 있습니다.

한의원에서는 어떻게 보나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쇼그렌증후군과 루푸스, 베체트병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에서 나타나는 통증과 소화기 증상, 피로를 오래 진료해 왔습니다.

저희는 바이러스 검사나 항체 검사를 하지 않고, 어떤 감염이 원인이었는지 가려 드리지도 않습니다. 그 판단은 검사와 진찰이 함께 필요한 영역입니다.

다만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는 상황이 있습니다. 감염을 앓고 난 뒤 몇 달째 피로와 관절통, 건조 증상이 남아 있는데 검사에서는 뚜렷한 이상이 잡히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때 저희가 다루는 부분은 남아 있는 증상과 회복의 속도이며, 자가면역질환의 발병 자체를 막는다고 말씀드리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면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을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 바이러스가 자가면역을 촉발하는 경로로 분자 모방·에피토프 확산·방관자 활성화가 제안되어 있습니다
  • 분자 모방은 바이러스 조각과 자기 단백질의 모양이 닮아 생기며 특정 조직을 겨냥합니다
  • 에피토프 확산은 표적이 번져 나가면서 자기 조직까지 포함되는 과정입니다
  • 방관자 활성화는 염증 환경만으로 자가반응성 세포가 깨어나는 비특이적 경로입니다
  • 다발성경화증에서만 200개가 넘는 유전 위험 변이가 확인되어, 감염 단독으로 병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 코로나19 이후 보고는 늘었지만 증례와 소규모 관찰이 중심이라 근거의 무게는 아직 가볍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감기나 코로나를 앓으면 자가면역질환이 생기나요?

A. 그렇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감염은 누구나 겪지만 자가면역질환이 생기는 분은 그중 일부이며, 유전 소인과 그때의 몸 상태가 함께 작용한다고 봅니다.

Q. 어떤 바이러스가 가장 위험한가요?

A. 질환마다 지목된 바이러스가 다릅니다. 다발성경화증과 류마티스관절염에서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가 자주 언급되지만, 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대부분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갑니다.

Q. 병을 일으킨 바이러스를 검사로 찾을 수 있나요?

A. 이미 발병한 뒤에 원인 바이러스를 특정하는 일은 대개 어렵습니다. 방아쇠가 당겨진 시점과 증상이 드러나는 시점 사이에 시간 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본원은 한의원이라 바이러스·항체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Q. 감염을 피하면 자가면역질환을 막을 수 있나요?

A. 그렇게까지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자가면역질환이 이미 있으신 분은 감염이 증상을 흔드는 일이 잦으므로, 예방접종을 포함한 관리는 담당 진료과와 상의하시는 편이 낫겠습니다.

Q. 감염 뒤 남은 피로와 통증은 어떻게 하나요?

A. 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증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남아 있는 피로와 통증, 잠의 질은 저희가 다루는 부분이며, 다만 병의 발생 자체를 막는다고 말씀드리지는 않습니다.

참고문헌

  • Sundaresan B, Shirafkan F, Ripperger K, Rattay K (2023) The role of viral infections in the onset of autoimmune diseases. Viruses 15:782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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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민

박석민 대표원장

19년간 자가면역질환과 구강작열감증후군과 같은 신경병증성 통증을 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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