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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으면 혀 통증이 줄어드는 이유 — 구강작열감증후군과 소섬유신경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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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씹으면 혀 통증이 줄어드는 이유 — 구강작열감증후군과 소섬유신경병

박석민
의료 감수 박석민 대표원장

목차

혀가 화끈거려 하루가 괴로운데, 밥을 먹거나 껌을 씹는 동안에는 오히려 편해지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껌을 씹는 동안 혀의 화끈거림이 가라앉는 현상을 표현한 이미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착각도, 꾀병도 아닙니다.

혀의 화끈거림을 만들어내는 신경은 아주 가느다란 소섬유(small fiber)인데, 씹는 동작은 굵은 신경과 자율신경, 침 분비를 한꺼번에 움직여 그 가느다란 신경의 신호를 덮어버립니다.

이런 혀의 화끈거림을 의학에서는 구강작열감증후군(burning mouth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씹을 때 통증이 줄어드는 현상이 왜 생기는지를 소섬유신경병(small fiber neuropathy)을 중심으로 최근 논문들을 통해 하나씩 리뷰해보겠습니다.

먹을 때 편해지는 것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아침에는 덜하고 저녁에 심해집니다

혀의 화끈거림에는 특유의 하루 리듬이 있습니다.

Grushka M et al (2002)의 정리에 따르면 환자분들은 대개 통증 없이 잠에서 깨고, 하루가 지나면서 증상이 점점 심해져 저녁에 가장 힘들어집니다.

조직에 상처가 있어서 아픈 통증과는 리듬이 다릅니다.

상처는 밤에도 아프고 아침에도 아픕니다.

그리고 이 통증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Grushka M et al (1987)이 환자 72명의 통증을 치통 환자 102명과 비교한 연구에서, 구강작열감증후군의 통증은 치통과 강도는 비슷하면서 성질은 전혀 다른 통증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자분이 호소하는 통증 보고는 타당한 것이었고, 통증이 심할수록 심리적 지표의 변화도 함께 커졌습니다.

혀 통증의 하루 리듬과 식사 중 통증이 내려가는 양상을 보여주는 그래프

씹는 동안 통증이 내려갑니다

이 현상은 연구자들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Sekine N et al (2020)은 논문의 출발점 자체를 "환자들이 통증을 줄이려고 흔히 껌을 씹는다"는 임상 관찰에 두었습니다.

즉 원장님만의 경험이 아니고, 세계 여러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온 현상입니다.

이 패턴 자체가 감별의 단서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궤양, 감염, 곰팡이(칸디다) 같은 조직 손상이 실제로 있으면 음식이 닿을 때 더 아픕니다.

반대로 무언가를 물고 씹는 동안 편해진다면, 문제의 무게가 조직보다 신경 쪽에 있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먹을 때 편하다"는 말은 하소연이 아니라 구강작열감증후군을 감별할 때 쓰이는 정보입니다.

통증의 출발점 — 혀의 가느다란 신경이 줄어 있습니다

소섬유란 무엇일까요

우리 몸의 감각 신경은 굵기가 제각각입니다.

굵은 신경(Aβ)은 촉각과 압력, 진동을 빠르게 전달합니다.

가느다란 신경(C섬유, Aδ)은 통증과 온도, 화끈거림을 느립니다.

이 가느다란 쪽이 소섬유이고, 이것만 선택적으로 상하는 병을 소섬유신경병이라고 부릅니다.

혀 조직검사에서 실제로 확인되었습니다

Lauria G et al (2005)은 6개월 이상 증상이 이어진 환자 12명의 혀 앞쪽 점막을 얇게 떼어 신경섬유를 직접 세어보았습니다.

건강한 대조군 9명과 비교했을 때 상피 내 신경섬유 밀도가 유의하게 낮았습니다.

남아 있는 섬유도 모양이 변해 축삭이 퇴행하는 소견을 보였습니다.

증상을 오래 앓은 분일수록 감소 폭이 큰 경향도 관찰되었습니다.

이 연구가 오랫동안 "심리적인 문제"로만 여겨져 온 구강작열감증후군을 신경의 병으로 옮겨놓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혀 점막 신경섬유 밀도가 감소한 정도를 비교한 도표

Puhakka A et al (2016)의 연구에서는 혀 점막의 상피 내 신경섬유 밀도가 환자군 0.27/mm, 대조군 0.92/mm 로 차이가 났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상피 아래쪽(점막하) 신경섬유는 두 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표면에 가장 가까운 가느다란 끝가지만 선택적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그리고 10명 중 9명은 혀뿐 아니라 팔다리에서도 신경 기능의 미세한 이상 소견을 함께 보였습니다.

Kouri M et al (2024)이 관련 연구들을 모아 정리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혀 조직검사를 시행한 8편의 연구에서 신경섬유 밀도 감소 폭이 30~60% 범위로 보고되었습니다.

통증 수용체 자체가 늘어 있습니다

줄어든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Yilmaz Z et al (2007)의 연구에서는 남아 있는 신경섬유에 열과 캡사이신을 감지하는 수용체 TRPV1이 오히려 늘어 있었습니다(p=0.0011).

신경성장인자(NGF)를 지닌 섬유도 늘어 있었습니다(p<0.0001).

더 중요한 것은 이 증가 폭이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 점수와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입니다(TRPV1 p=0.0143, NGF p=0.0252).

TRPV1은 매운맛과 뜨거움을 "타는 느낌"으로 번역하는 수용체입니다.

이것이 늘어 있으면, 아무것도 닿지 않았는데도 입안이 매운 것처럼 화끈거릴 수 있습니다.

Kouri M et al (2024)의 정리에서는 TRPV1 외에 P2X3 양성 섬유의 증가, 나트륨 통로 Nav1.7의 과발현, 아르테민(artemin) mRNA 증가도 함께 보고되었습니다.

눈에서도 같은 소견이 보입니다

O'Neill F et al (2019)은 혀를 떼어내지 않고 각막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각막의 신경섬유 밀도가 환자군 29.27, 대조군 36.19로 낮았고(P=.007), 신경섬유 길이도 21.06 대 25.39로 짧았습니다(P=.007).

염증과 관련된 랑게르한스 세포는 오히려 74.04 대 29.17로 많았습니다(P=.02).

혀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가느다란 신경 전반의 문제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검사는 정상"이라고 들으셨다면

일반 검사로는 보이지 않는 신경입니다

많은 분들이 여러 병원을 다니며 "검사상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을 듣고 오십니다.

구강작열감증후군에서 검사가 정상으로 나오는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신경전도검사는 굵은 신경의 전기 신호를 봅니다.

소섬유는 너무 가늘어 그 검사에 잡히지 않습니다.

Devigili G et al (2019)이 502명을 대상으로 정리한 진단 기준에서도, 소섬유신경병은 진찰 소견과 정량감각검사(QST), 신경섬유 밀도를 조합해야 확인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감각 문턱값은 이미 달라져 있습니다

Forssell H et al (2002)이 환자 52명을 정밀 검사한 결과, 검사받은 46명 중 35명(76%)에서 가느다란 신경의 기능 이상을 뜻하는 감각 문턱값 이상이 나왔습니다.

그중 33명은 오히려 감각이 둔해진 쪽(감각저하)이었습니다.

눈깜박반사 검사에서 삼차신경계나 뇌줄기의 이상을 시사하는 소견이 10명(19%)에서 나왔고, 반사가 제대로 가라앉지 않는 소견이 11명(21%)에서 나왔습니다.

두 검사 모두 정상이었던 분은 52명 중 5명뿐이었습니다.

Kolkka M et al (2019)의 연구에서도 혀의 냉각(p=0.0090)과 온각(p=0.0229) 감지 문턱값이 정상보다 높았습니다.

Madariaga VI et al (2020)의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온각(효과크기 0.683)과 냉각 감지 문턱값(효과크기 -0.580)에서 환자군과 대조군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프다고 느끼는 그 혀는, 실은 감각이 오히려 둔해져 있는 혀입니다.

이 모순이 소섬유신경병의 전형적인 얼굴입니다.

상한 신경은 왜 가만히 있어도 아플까요

손상된 신경은 스스로 신호를 만들어냅니다

건강한 통증 신경은 자극이 있을 때만 신호를 보냅니다.

그런데 상한 신경은 자극이 없어도 스스로 전기 신호를 만들어 보냅니다.

이것을 자발 방전(spontaneous activity, ectopic firing)이라고 합니다.

손상된 소섬유가 자극 없이 스스로 통증 신호를 만들어내는 자발 방전을 표현한 도해

Kleggetveit IP et al (2012)은 이것을 사람에게서 직접 기록했습니다.

미세신경기록법으로 214개의 C섬유 통증신경 활동을 잡아보니, 통증을 호소하는 신경병 환자에서 자발 방전을 보이는 신경 비율이 평균 40.5%, 기계적으로 예민해진 신경이 14.6%였고, 통증이 없는 신경병 환자보다 유의하게 높았습니다(P=.02).

특히 기계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조용한 신경들 중에 자발 방전이 많았습니다(56개 중 19개 대 43개 중 6개, P=.02).

같은 병인데 어떤 사람은 아프고 어떤 사람은 아프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경이 얼마나 줄었느냐보다, 남은 신경이 얼마나 시끄러운가가 통증을 결정합니다.

이온통로가 바뀌면 신경이 더 시끄러워집니다

신경이 전기 신호를 만드는 문(門)이 나트륨 통로입니다.

Lauria G et al (2012)의 종설은 SCN9A 유전자의 기능획득 돌연변이로 Nav1.7 통로가 과활성되는 것이 소섬유신경병의 원인 중 하나임을 정리했습니다.

Kouri M et al (2024)의 정리에서도 환자의 혀 조직에서 Nav1.7 과발현이 보고되었습니다.

문이 잘 닫히지 않으니 신경이 계속 켜져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닿지 않아도" 아픕니다

이 대목이 핵심입니다.

혀의 화끈거림은 혀 표면에 무엇이 닿아서 생기는 통증이 아닙니다.

닿지 않는데도 신경이 스스로 만들어 보내는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이 신호를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 신경이 신호를 덜 만들게 하거나
  • 이미 만들어진 신호가 뇌로 올라가는 길을 막거나

씹는 동작이 관여하는 지점은 주로 두 번째입니다.

그러면 왜 씹으면 줄어들까요 — 네 가지 층위

층위 하나. 굵은 신경이 가느다란 신경을 덮습니다

무릎을 부딪히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자리를 문지릅니다.

문지르면 덜 아픕니다.

Melzack R, Wall PD (1965)가 제시한 관문조절설(gate control theory)이 이것을 설명합니다.

굵은 신경(Aβ)의 촉각 신호가 척수의 관문에 먼저 도착하면, 뒤늦게 올라오는 가느다란 신경의 통증 신호가 통과하지 못하고 걸러집니다.

굵은 신경의 촉각 입력이 가느다란 신경의 통증 신호를 걸러내는 관문조절설 도해

얼굴과 입안에서 이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 뇌줄기의 삼차신경 감각핵, 특히 아래쪽 부분(subnucleus caudalis)입니다.

Sessle BJ (2000)의 종설은 이 부위가 얼굴·입안의 통증 신호를 중계하면서 동시에 억제를 받는 조절 장소라는 것을 정리했습니다.

씹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겠습니다.

  • 치아 주변 인대의 압력 수용기가 눌립니다
  • 턱 근육과 관절의 위치 감각기가 움직입니다
  • 혀와 볼 점막의 촉각 수용기가 자극됩니다

굵은 신경 세 갈래가 동시에 관문으로 밀려들어가는 상황입니다.

가느다란 신경이 만들던 화끈거림 신호는 이 홍수 속에서 상대적으로 묻힙니다.

여기에 소섬유신경병의 특징이 하나 더 얹힙니다.

이 질환에서 상한 것은 가느다란 신경이고, 굵은 신경은 대체로 멀쩡합니다.

즉 통증을 덮는 쪽 장비는 그대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씹기라는 방법이 유독 이 질환에서 잘 통합니다.

층위 둘. 턱 근육을 쓰는 것 자체가 통증 증폭을 누릅니다

이 부분은 사람에게서 직접 실험된 결과가 있습니다.

Tada H et al (2015)은 건강한 자원자 18명에게 전기 자극을 반복해 통증이 점점 커지는 현상(시간적 가중, temporal summation)을 만들고, 세 가지 턱 과제 전후로 그 정도를 비교했습니다.

약하게 이를 물고 있는 과제(low-level jaw clenching) 뒤에는 통증 증폭이 유의하게 줄었습니다(P≤0.03).

그런데 정직하게 짚어야 할 결과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껌을 반복해서 씹는 과제에서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습니다(P>0.23).

둘째, 통증 증폭이 줄어든 곳은 씹는 근육 자리뿐 아니라 손바닥에서도 관찰되었습니다.

손바닥까지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은 입안에서만 벌어지는 국소적인 차단이 아니라, 뇌에서 내려오는 하행 억제 같은 전신적인 조절이 함께 작동했음을 시사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턱을 쓰는 행위가 통증 조절 장치를 켜는 것은 사람 실험으로 확인되었지만, 그 효과가 "껌을 씹는 동작"에서 자동으로 나온다는 근거는 이 실험에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층위 셋. 침이 늘어 점막이 젖습니다

혀가 마르면 화끈거림은 더 심해집니다.

Werfalli S et al (2021)이 50세 이상 여성 22명과 대조군 28명을 비교한 연구에서, 환자군은 가만히 있을 때 나오는 침(비자극 전타액) 분비량이 유의하게 적었습니다(P<0.001).

입마름을 호소하는 비율도 높았고(P=0.001), 소화기 질환(P<0.001)과 질 건조(P=0.01)를 함께 가진 비율도 높았습니다.

여기서 씹기의 두 번째 효용이 나옵니다.

씹는 동작은 침샘을 직접 자극합니다.

Risheim H, Arneberg P (1993)가 입마름을 가진 류마티스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차 임상시험에서, 껌을 씹은 뒤에는 안정 시 타액 분비량이 0.13에서 0.16mL/분으로 늘었습니다.

주관적인 증상이 좋아졌다고 답한 분은 약 3분의 1이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정직한 한계도 함께 보고했습니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느낀 것이 항상 분비량 증가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즉 침이 늘어난 것만으로 편해짐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층위 넷. 긴장과 아드레날린이 내려갑니다

Kubo KY et al (2015)의 종설은 씹는 행위를 스트레스 대처 행동으로 정리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 스트레스 상황에 무언가를 씹게 하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과 카테콜아민 상승이 완화되고, 해마와 시상하부의 변화도 줄었습니다.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껌을 씹는 동안 타액·혈중 코르티솔이 내려간다는 보고가 있으나, 효과가 없다고 보고한 연구도 있어 결과가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씹을 때 통증이 줄어드는 네 가지 경로와 각 근거의 강도를 정리한 표

껌 실험이 알려준 뜻밖의 결과

이 주제에서 가장 직접적인 연구가 Sekine N et al (2020)입니다.

실험 설계

여성 40명(환자 20명, 나이를 맞춘 대조군 20명)을 대상으로 껌 씹기와 "씹는 흉내"를 각각 시행하고, 통증 점수(VAS)와 혈중 카테콜아민·세로토닌, 기분 상태(POMS)를 함께 측정했습니다.

씹는 흉내는 실제로 껌 없이 씹는 동작만 하는 조건입니다.

결과 하나 — 흉내만 내도 통증이 줄었습니다

환자군의 통증 점수는 껌을 씹은 뒤에도, 껌 없이 씹는 흉내를 낸 뒤에도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습니다.

이것은 저희가 세운 가정 하나를 흔듭니다.

껌의 물성이나 맛, 침 분비만으로 통증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결과 둘 — 아드레날린과 통증이 같이 움직였습니다

가만히 있을 때의 통증 점수는 혈중 아드레날린 농도와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즉 아드레날린이 높은 분이 더 아팠습니다.

그리고 껌을 씹는 것은 낮은 아드레날린, 낮은 통증 점수, 낮은 긴장-불안 점수와 함께 움직였습니다.

껌 씹기와 씹는 흉내 모두에서 통증 점수가 내려간 실험 결과 도표

저자들의 결론은 겸손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씹기의 진통 효과가 불안 감소를 통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며, 이 효과가 구강작열감증후군에만 특이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씹는 동작만으로 진통 효과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명시했습니다.

저희가 이 결과를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씹으면 신경 관문이 닫혀서 안 아프다"는 설명은 그럴듯하지만, 사람에게서 그렇게 깔끔하게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근거를 있는 대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 씹거나 씹는 흉내를 내면 통증이 줄어든다 — 사람 대상 연구로 확인
  • 그 경로에 긴장·아드레날린 감소가 관여한다 — 상관관계 수준으로 확인
  • 굵은 신경의 관문 효과와 침 분비도 이론적·간접적으로 기여 — 직접 증명은 부족

자율신경 이야기 — 방향이 아직 일치하지 않습니다

Jeong H et al (2024)은 국내 한방병원 구강질환 클리닉을 찾은 환자 469명의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심박변이도의 LF/HF 비율에 따라 세 군으로 나누어 보니, 부교감 우위군에서 치료 전후 통증 점수와 입마름 발생률이 더 높았습니다.

LF/HF 비율과 치료 전 통증 점수 사이에는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습니다.

심리적 요인을 가진 군에서는 통증 점수가 더 높고, 자극·비자극 타액 분비량과 LF/HF 비율이 더 낮았습니다.

Sekine의 아드레날린 소견과 방향이 단순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자율신경이 이 통증에 관여한다는 점은 두 연구가 함께 가리키지만, 어느 쪽으로 기울어야 아픈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왜 어떤 분은 먹을 때 오히려 더 아플까요

구강작열감증후군을 가진 모든 분이 먹을 때 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음식이 들어가면 더 아프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이 차이에도 설명이 있습니다.

미각 신경이 상하면 통증이 커질 수 있습니다

Snyder DJ, Bartoshuk LM (2016)의 종설은 입안 감각 신경들 사이에 서로를 억제하는 관계(mutual inhibition)가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한 신경이 상하면 그 억제가 풀려, 다른 곳의 감각이 오히려 커집니다.

그 결과로 실제 자극이 없는데도 맛·촉각·통증이 느껴지는 유령 감각(phantom sensation)이 생길 수 있고, 저자들은 혀의 화끈거림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었습니다.

미맹이 아니라 오히려 미각이 예민한 분, 즉 미뢰가 많은 분에게서 더 잘 생긴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뜨거운 음식에 작열통이 생기는 경로

Imamura Y et al (2019)의 종설은 더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합니다.

버섯유두(fungiform papillae)에 분포하는 안면신경의 미각 가지(chorda tympani)가 손상되면, 그 자리를 삼차신경이 대신 채우는 재배선이 일어납니다.

이 재배선의 결과로 미각 이상(이상미각)이 생기고,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작열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같은 "먹기"라는 행위가 어떤 분에게는 통증을 덮는 장치가 되고, 어떤 분에게는 통증을 켜는 방아쇠가 됩니다.

그래서 무엇을 씹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두 논문을 함께 놓으면 실용적인 결론이 나옵니다.

  • 뜨거운 음식은 재배선된 경로를 자극해 통증을 켤 수 있습니다
  • 매운맛·강한 향은 TRPV1을 직접 건드립니다
  • 강한 단맛·신맛도 미각 경로를 크게 흔듭니다

편해지려고 씹는데 오히려 아팠다면, 씹기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무엇을 씹었는지가 문제였을 수 있습니다.

통증을 누르는 장치가 약해진 분들

우리 몸에는 통증을 스스로 누르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한 곳이 아플 때 다른 곳의 통증이 덜 느껴지는 현상을 조건통증조절(CPM)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뇌에서 내려오는 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는 지표입니다.

Nishihara C et al (2020)이 여성 환자 26명과 대조군 27명을 비교한 결과, 47℃ 조건에서 환자군의 조건통증조절이 유의하게 덜 효율적이었습니다.

40℃ 조건에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강한 자극을 줬을 때에야 억제 장치의 부실함이 드러났다는 뜻입니다.

중추형과 말초형은 반응이 다릅니다

Yang G et al (2025)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환자 20명에게 혀 신경 차단(리도카인)과 위약 주사를 무작위·이중맹검으로 시행해, 마취에 반응하는 말초형과 반응하지 않는 중추형으로 나누었습니다.

조건통증조절로 억제가 나타난 비율은 건강한 대조군 68.2~81.8%, 환자군 18.2~44.4%였습니다.

중추형은 아픈 부위와 아프지 않은 부위 모두에서 억제가 약했고(p≤0.034), 말초형은 아픈 부위에서만 억제가 약했습니다(p=0.037).

Jääskeläinen SK (2018)의 정리도 같은 구분을 지지합니다.

말초형은 국소 마취 차단과 국소 클로나제팜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중추형은 국소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우울·불안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씹기 효과가 사람마다 다른 이유

이 구분이 실제 경험과 맞물립니다.

씹기가 통증을 덮는 원리는 결국 억제 장치를 빌려 쓰는 것입니다.

억제 장치 자체가 약해진 중추형에서는 같은 껌을 씹어도 효과가 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초형에서는 비교적 뚜렷한 도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씹어도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통증의 무게 중심이 다른 곳에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주의점

씹기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씹으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오래 씹으면 턱이 아파집니다

Conti PC et al (2011)은 근막통을 가진 여성 29명과 건강한 대조군 15명에게 껌을 9분간 씹게 한 뒤 통증을 측정했습니다.

근막통 환자 중 76%가 통증이 늘었다고 답했고, 24%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씹는 근육의 압통 문턱값은 모든 부위에서 낮아졌고, 9분을 쉬어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혀의 화끈거림과 턱 근육 통증을 함께 가진 분에게, 오래 씹기는 한쪽을 덮으려다 다른 쪽을 키우는 선택이 됩니다.

오래 씹기의 위험을 정리한 주의사항 도표

습관이 되면 다른 통증을 부릅니다

편해지려고 시작한 행동이 하루 종일 이를 물고 있거나 혀를 치아에 밀어붙이는 습관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별도로 정리해두었습니다.

혀 통증이 있을 때 하지 말아야 할 행동 — 구강 악습관 충동을 이겨내는 법

씹는 대상도 골라야 합니다

앞서 살펴본 미각 경로와 TRPV1 이야기를 실용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강한 민트·계피 향의 껌은 피하십시오 — 향 성분이 TRPV1을 직접 자극할 수 있습니다
  • 뜨거운 음식으로 통증을 달래려 하지 마십시오
  • 딱딱하고 질긴 것을 오래 씹지 마십시오 — 턱 근육이 상합니다
  • 설탕이 든 껌을 자주 씹으면 충치 위험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하시면 좋을까요

짧게, 부드럽게, 무향으로

지금까지의 근거를 종합하면 실용 원칙은 단순합니다.

한 번에 오래 씹지 말고 짧게 나눠 씹으시는 편이 낫습니다.

향과 맛이 약한 것, 부드러운 것을 고르십시오.

통증이 가장 심해지는 저녁 시간대에 집중해서 쓰시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통증 일지에 이것을 적어보십시오

씹기가 나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관찰이 필요합니다.

  • 씹기 전과 씹은 뒤 5분, 30분의 통증 점수(0~10)
  • 무엇을 씹었는지(종류·향·경도)
  • 씹은 시간
  • 턱이나 관자놀이가 아파지지 않았는지
  • 뜨거운 음식·매운 음식·단 음식에 대한 반응

한 주만 기록하셔도 자신이 말초형에 가까운지, 씹기가 오히려 부담이 되는 쪽인지 감이 잡힙니다.

씹기는 치료가 아니라 관찰 도구입니다

여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씹기는 신경 손상을 되돌리는 치료가 아닙니다.

Kouri M et al (2024)이 정리한 대로 구강작열감증후군의 바탕에는 신경섬유 감소와 수용체 변화가 있고, 껌을 씹어서 신경섬유가 다시 자라지는 않습니다.

다만 씹었을 때 편해진다는 사실은 두 가지를 알려줍니다.

첫째, 통증을 누르는 회로가 아직 내 몸 안에서 작동한다는 증거입니다.

둘째, 그 회로를 어떻게 자극하면 통증이 내려가는지를 알려주는 단서입니다.

이 단서는 치료 방향을 잡을 때 실제로 쓰입니다.

인천 송도에서 혀 통증을 함께 살피는 방식

이레한의원에서는 구강작열감증후군으로 혀의 화끈거림을 호소하시는 분을 볼 때 통증의 세기만 묻지 않습니다.

하루 중 언제 심해지는지, 무엇을 하면 편해지는지, 편해지는 시간이 얼마나 유지되는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씹을 때 편해지는지, 그리고 그 편해짐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가 특히 중요한 정보입니다.

조직검사나 정량감각검사, 혈액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해당 의료기관에서 받으시도록 안내드립니다.

저희는 그 결과와 지금까지 살펴본 통증의 패턴을 함께 놓고, 한의학적으로 어떤 방향을 잡을지 상의합니다.

환자와 혀 통증의 패턴을 함께 살펴보는 진료 상담 장면

자주 묻는 질문

Q. 껌을 씹으면 편해지는데, 계속 씹어도 괜찮을까요?

A. 짧게 나눠 씹는 것은 대체로 괜찮지만 오래 씹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Conti PC et al (2011)의 연구에서 근막통이 있는 분들은 9분간 껌을 씹은 뒤 76%가 통증이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턱이나 관자놀이가 뻐근해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멈출 신호입니다.

Q. 씹어도 통증이 안 줄어들면 제 병이 더 심한 건가요?

A. 심하다기보다 종류가 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Yang G et al (2025)의 연구에서 마취에 반응하지 않는 중추형은 통증을 억제하는 기능 자체가 더 광범위하게 약해져 있었습니다. 씹기는 그 억제 회로를 빌려 쓰는 방법이라, 회로가 약하면 효과가 덜합니다.

Q. 혀에 상처도 없는데 왜 화끈거리나요?

A. 상처가 아니라 신경이 스스로 신호를 만들어 보내기 때문입니다. Lauria G et al (2005)과 Puhakka A et al (2016)의 연구에서 혀 점막의 가느다란 신경섬유가 유의하게 줄어 있었고, Kleggetveit IP et al (2012)의 미세신경기록에서는 손상된 통증신경의 자발 방전이 확인되었습니다.

Q. 감각이 둔해졌다는데 왜 더 아픈 건가요?

A. 구강작열감증후군에서 나타나는 소섬유신경병의 전형적인 모순입니다. Forssell H et al (2002)의 연구에서 감각 이상이 확인된 분들 대부분이 오히려 감각이 둔해진 쪽이었습니다. 신경이 줄어드는 동시에 남은 신경이 예민해지고 스스로 신호를 만들기 때문에, 둔해짐과 통증이 함께 나타납니다.

Q.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 더 화끈거립니다. 저는 다른 병인가요?

A. 같은 구강작열감증후군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양상입니다. Imamura Y et al (2019)의 종설에 따르면 미각 신경이 손상된 뒤 삼차신경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우는 재배선이 일어나, 뜨거운 음식에 작열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뜨거운 것과 매운 것을 피하고 미지근한 온도로 드시는 편이 낫습니다.

Q.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 마음의 문제인가요?

A. 아닙니다. 혀 조직검사와 신경 검사에서 실제 변화가 확인된 신경의 병입니다. 다만 Sekine N et al (2020)의 연구에서 통증 점수가 혈중 아드레날린 농도와 상관관계를 보인 것처럼, 긴장 상태가 통증의 크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원인이 마음이라는 말과, 마음 상태가 통증 크기에 영향을 준다는 말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Q. 인천 송도에서 상담받을 수 있나요?

A. 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이레한의원에서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오실 때 통증 일지를 한 주만 적어 오시면 도움이 됩니다. 씹을 때 통증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특히 유용한 정보입니다.

참고문헌

  • Sekine N et al (2020) Analgesic effect of gum chewing in patients with burning mouth syndrome. J Oral Sci 62:387-392
  • Lauria G et al (2005) Trigeminal small-fiber sensory neuropathy causes burning mouth syndrome. Pain 115:332-337
  • Puhakka A et al (2016) Peripheral nervous system involvement in primary burning mouth syndrome — results of a pilot study. Oral Dis 22:338-344
  • Kouri M et al (2024) Small Fiber Neuropathy in Burning Mouth Syndrome: A Systematic Review. Int J Mol Sci 25:11442
  • Yilmaz Z et al (2007) Burning mouth syndrome as a trigeminal small fibre neuropathy: Increased heat and capsaicin receptor TRPV1 in nerve fibres correlates with pain score. J Clin Neurosci 14:864-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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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nti PC et al (2011) Effect of experimental chewing on masticatory muscle pain onset. J Appl Oral Sci 19:34-40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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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민

박석민 대표원장

19년간 자가면역질환과 구강작열감증후군과 같은 신경병증성 통증을 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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