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프레가발린(리리카)은 저림과 화끈거림에 어떻게 작용할까요
프레가발린은 칼슘통로 보조 단백질에 결합해 통증 신호 전달을 조절합니다. 손상된 신경에만 작용하는 약은 아닙니다. 신경병증성 통증의 질환별 임상 결과와 부작용, 통증 완화와 신경 회복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목차
프레가발린은 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낮춰 통증을 완화하는 약입니다. 소염진통제와 작용 방식이 다르며, 통증의 원인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다릅니다. 손상된 신경에서만 작용하는 약은 아닙니다.

프레가발린은 리리카를 비롯한 여러 이름으로 처방되는 약이에요. 저림, 화끈거림, 옷깃만 스쳐도 아픈 증상에 쓰입니다.
진통제를 먹어도 소용없던 분이 이 약에는 반응하는 경우가 있어,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아요. 오늘은 이 약이 신경병증성 통증에서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오래 복용할 때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최근 논문을 통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약은 무엇에 결합할까요?
이름 때문에 생기는 오해부터 풀어야 해요. 프레가발린은 우리 몸의 억제성 전달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과 구조가 닮았습니다. 그래서 신경을 진정시키는 물질처럼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 수용체에 결합하지 않습니다.
이 약이 결합하는 곳은 전압작동 칼슘통로의 보조 소단위인 알파2델타-1입니다. 칼슘통로 본체가 아니라 그 옆에 결합해 통로를 세포막으로 실어 나르는 보조 부품이에요.

Field et al (2006)이 이 표적을 유전자 실험으로 확정했습니다. 알파2델타-1에서 약이 결합하는 부위 한 군데만 바꾼 생쥐를 만들었더니, 프레가발린의 진통 효과가 사라졌습니다.
약이 이 단백질에 결합하지 못하면 통증이 줄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진통 작용의 본체가 여기라는 증명이 됩니다.
결합한 다음에는 무엇이 달라질까요?
주요 작용을 세 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부 기전은 주로 세포·동물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 첫째, 보조 소단위가 신경 말단으로 실려 가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Bauer et al (2009)은 신경이 손상되면 이 단백질이 늘어나 말단으로 더 많이 운반된다는 것을, 그리고 프레가발린이 그 운반을 줄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둘째, 말단의 칼슘통로가 줄면서 신경이 흥분할 때 들어오는 칼슘의 양이 감소합니다
- 셋째, 칼슘에 의해 방출되는 흥분성 전달물질이 함께 줄어듭니다. 글루타메이트와 서브스탠스 P가 대표적입니다
신경 손상 뒤 알파2델타-1의 발현과 운반이 증가하는 것은 중요한 단서입니다. 그러나 이 단백질은 정상 신경계에도 있으며, 약이 손상된 신경만 선택적으로 찾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위 그림의 ‘손상 신경에서만’이라는 설명도 이러한 한계를 감안해 읽어야 합니다.
프레가발린은 모든 통증에 같은 효과를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뚜렷한 말초신경 손상이 전제되지 않는 섬유근육통에도 사용되므로, 효과의 유무를 신경 손상 유무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밝혀진 부분은 NMDA 수용체와의 관계입니다
지난 10년 사이 이 약의 설명이 한 단계 깊어졌습니다. 알파2델타-1이 칼슘통로에만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Chen et al (2018)은 이 단백질이 NMDA 수용체와 직접 결합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NMDA 수용체는 신경세포 사이의 흥분성 전달과 시냅스 가소성에 관여하며, 통증 과민에도 관련됩니다.

- 신경을 손상시킨 동물에서 두 단백질의 결합이 뚜렷하게 늘었습니다
- 이 결합은 NMDA 수용체 복합체가 시냅스로 전달되는 과정을 촉진해 과도한 흥분성 신호에 기여했습니다
- 알파2델타-1을 인위적으로 늘리기만 해도 신경 손상 없이 통증 과민이 생겼고, NMDA 차단제를 주면 되돌아왔습니다
- 이 연구에서는 같은 계열의 가바펜틴이 해당 복합체의 시냅스 전달과 NMDA 수용체 활성을 낮췄습니다. 프레가발린을 복용한 사람에게서 직접 측정한 결과는 아닙니다
이는 중추감작에 관여할 수 있는 기전 중 하나입니다. 중추감작은 신경이 실제 자극보다 통증을 크게 부풀려 전달하는 상태를 말해요. 옷깃이 스치는 자극에도 아픈 이질통에 이러한 변화가 관여할 수 있지만, 모든 이질통을 이 기전 하나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이 약은 말초에서 신호를 줄이는 동시에, 척수에서 그 신호를 부풀리던 증폭도 함께 낮춥니다. 중추감작을 다룬 내용은 중추감작과 말초감작 칼럼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왜 먹자마자 효과가 오지 않을까요?
진료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에요. 이틀 먹어 보고 효과가 없다며 중단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기전은 일부 설명을 제공하지만, 임상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은 환자마다 다릅니다. 이 약은 통로를 즉시 틀어막는 약이 아니라, 단백질이 실려 나가는 속도를 늦추는 약이에요. 이미 말단에 자리 잡은 통로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때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부 환자는 비교적 일찍 통증 감소를 느끼지만, 적정 용량에서 효과와 이상반응을 평가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용량은 신장 기능과 내약성을 고려해 주치의가 조절합니다.
얼마나 듣고 무엇이 불편할까요?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봐야 해요. Derry et al (2019)의 코크란 리뷰가 45개 시험 11,906명을 모아 정리했습니다.

- 대상포진후신경통에서 하루 600mg을 쓴 경우, 통증이 30% 이상 줄어든 사람이 62%였고 위약은 24%였습니다
- 같은 조건에서 통증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사람은 41%, 위약은 15%였습니다
- 반면 당뇨병성 신경병증에서 300mg을 썼을 때 통증이 30% 이상 줄어든 비율은 47% 대 42%로 차이가 작았습니다. 22명이 복용해야 1명이 추가로 이득을 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관련 신경병증에서는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신경병증성 통증이라도 원인 질환에 따라 효과 차이가 크다는 뜻입니다.
흔한 이상반응은 졸음과 어지럼이에요. 600mg에서 졸음은 25%로 위약 5.8%보다 높았고, 어지럼은 35%로 위약 8.8%보다 높았습니다. 체중 증가와 발이 붓는 증상도 흔해요.
이 리뷰에 포함된 시험에서는 중대한 이상반응의 유의한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드문 위험이나 장기 안전성까지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300mg에서 3.1% 대 2.6%였습니다.
오래 먹으면 시냅스가 안 생길까요?
원장님들과 환자분들이 함께 궁금해하시는 부분이에요. 근거가 실제로 있고, 방향이 한쪽만은 아니에요.
Eroglu et al (2009)이 출발점입니다. 별아교세포가 내놓는 트롬보스폰딘이라는 물질이 알파2델타-1에 결합해 흥분성 시냅스를 만드는데, 이 계열의 약이 그 결합을 막아 시냅스 형성을 강하게 억제했습니다. 세포와 발달 중인 생쥐 뇌에서 확인된 결과예요.
그런데 성체의 손상 회복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와요.

Kugler et al (2022)은 뇌졸중을 만든 생쥐에서 이 축을 관찰했습니다. 손상 주변부에 트롬보스폰딘이 늘어나면 엉뚱한 시냅스가 생기고 축삭 재생은 막혔습니다. 프레가발린으로 이 축을 차단하자 축삭 재생이 늘고 앞발 헛디딤이 줄었습니다.
- 세포·발달기 동물 실험에서는 특정 흥분성 시냅스 형성이 억제되었습니다. 이를 성인의 학습 능력 저하와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 성체 설치류의 뇌졸중 모델에서는 축삭 재생과 운동 기능에 유리한 결과가 관찰되었습니다
- 사람에서 장기 복용이 인지나 회복을 떨어뜨린다는 결론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근거는 세포와 동물에서 나온 것이며, 사람의 장기 복용 결과로 그대로 옮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알아 두실 부분은 있어요. 이 계열 약의 의존과 오남용 문제가 최근 더 무겁게 다뤄지고 있고, 영국은 2019년에 규제 약물로 재분류했습니다. 오피오이드 진통제나 고령, 호흡기질환과 겹칠 때는 호흡이 억제될 위험이 올라갑니다.
콩팥으로 그대로 배설되는 약이라 신장 기능이 떨어진 분은 용량을 줄여야 해요. 갑자기 끊으면 불면과 불안이 올 수 있어 반드시 처방한 곳에서 조절받으셔야 합니다.

통증 치료와 신경 손상의 회복은 어떻게 다를까요?
프레가발린은 통증 치료제입니다. 다만 통증을 줄이는 효과와 신경 손상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신경을 재생시키는 효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통증 완화가 곧 신경 재생의 증거는 아닙니다.
Derry et al (2019)의 주요 평가는 통증 감소, 환자 전반적 개선 평가, 이상반응 등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신경섬유 재생을 입증하는 자료가 아닙니다.
통증 점수가 내려갔다는 사실만으로 신경 손상이 회복되었는지, 그대로인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중단 뒤 통증이 다시 심해질 수 있지만, 경과는 원인 질환과 환자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둘째, 신경·면역 상호작용 전체를 치료한다고 볼 근거는 부족합니다.

앞에서 신경 쪽 갈래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중추감작에는 면역세포 쪽 갈래가 하나 더 있어요.
Beggs et al (2012)이 이 갈래를 정리했습니다.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척수의 미세아교세포가 성질을 바꿉니다. 없던 수용체가 새로 생기고, 그 수용체가 켜지면 신경영양인자가 나와 통증을 억누르던 기능이 무너집니다.
- 미세아교세포는 뇌와 척수에 사는 면역세포입니다
- 이 갈래가 켜지면 약한 자극도 통증으로 바뀝니다
- 프레가발린의 알려진 주요 표적은 칼슘통로의 알파2델타 소단위입니다. 미세아교세포를 직접 겨냥하는 치료제로 확립된 것은 아닙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이 약을 준 뒤 미세아교세포 표지가 줄었다는 보고가 있어요. Hong et al (2024)의 쥐 실험이 그 예입니다. 다만 통증이 줄어 이차적으로 가라앉은 것인지 직접 작용인지 구분되지 않았고, 사람에서 확인된 자료는 없습니다.
정리하면 원인이 되는 축을 되돌린다고 말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통증 신호가 넘어오는 길목을 좁혀 증상을 낮추는 약입니다.
그래서 이 약이 잘 들어도 원인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무엇이 신경을 손상시켰는지, 그 원인이 지금도 작동하고 있는지가 남기 때문이에요.
한국에서 쓰이는 제품
국내에서는 리리카를 비롯해 여러 상품명의 프레가발린 제제가 사용됩니다. 함량과 제형이 다를 수 있으므로 처방전의 성분명·용량·복용 횟수를 확인해야 합니다. 속방형과 서방형을 임의로 바꾸어 복용하지는 마세요.
이름이 달라도 성분은 같아요. 병원을 옮기며 다른 이름의 약을 받았을 때 같은 약을 겹쳐 드시지 않도록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레한의원 코멘트
인천 송도에서 진료하다 보면 이 약을 드시다 오신 분을 자주 만납니다. 효과가 없어 끊었다는 분, 어지러워 못 먹겠다는 분, 오래 먹어도 되는지 걱정하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위 자료가 알려 주는 것은 이렇습니다.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원인 질환에 따라 효과 차이가 크며, 효과뿐 아니라 졸음·어지럼과 신장 기능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의원에서는 이 약을 처방하지 않고 조절하지도 않습니다. 복용 여부와 용량은 처방하신 진료과에서 정하실 부분입니다. 임의로 끊으면 금단 증상이 올 수 있어 반드시 상의하셔야 합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에서는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부분, 그러니까 잠과 소화, 피로처럼 일상에서 걸리는 부분을 함께 살피고 있습니다. 어지럼으로 인한 낙상 위험이나 복용 중인 다른 약과의 겹침도 진료에서 함께 확인해 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진통제와 무엇이 다른가요?
A. 프레가발린도 통증을 치료하는 약이지만, 소염진통제와 달리 알파2델타 소단위에 결합해 과도한 신경 흥분을 조절합니다. 신경병증성 통증 등에서 사용하며, 어떤 통증에 적절한지는 진단에 따라 판단합니다.
Q. 며칠 먹어 봤는데 효과가 없으면 그만둬야 할까요?
A. 단백질 운반을 늦추는 기전이라 효과가 쌓이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보통 몇 주를 두고 판단하며, 중단 여부는 처방하신 곳에서 정하셔야 합니다.
Q. 오래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나요?
A. 세포와 동물에서 시냅스 형성이 억제된다는 보고가 있지만, 사람에서 장기 복용이 인지를 떨어뜨린다고 확정된 결론은 없습니다. 다만 졸음과 어지럼은 흔하므로 일상에 지장이 있으면 상의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Q. 스스로 끊어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중단하면 불면과 불안, 땀이 나는 금단 증상이 올 수 있어 서서히 줄여야 합니다.
참고문헌
- Field MJ et al (2006) Identification of the alpha2-delta-1 subunit of voltage-dependent calcium channels as a molecular target for pain mediating the analgesic actions of pregabalin. Proc Natl Acad Sci U S A 103:17537-17542
- Bauer CS et al (2009) The increased trafficking of the calcium channel subunit alpha2delta-1 to presynaptic terminals in neuropathic pain is inhibited by the alpha2delta ligand pregabalin. J Neurosci 29:4076-4088
- Chen J et al (2018) The α2δ-1-NMDA Receptor Complex Is Critically Involved in Neuropathic Pain Development and Gabapentin Therapeutic Actions. Cell Rep 22:2307-2321
- Eroglu C et al (2009) Gabapentin receptor α2δ-1 is a neuronal thrombospondin receptor responsible for excitatory CNS synaptogenesis. Cell 139:380-392
- Kugler C et al (2022) Pregabalin improves axon regeneration and motor outcome in a rodent stroke model. Brain Commun 4:fcac170
- Derry S et al (2019) Pregabalin for neuropathic pain in adults. Cochrane Database Syst Rev 1:CD007076
- Beggs S et al (2012) P2X4R+ microglia drive neuropathic pain. Nat Neurosci 15:1068-1073
- Hong SW et al (2024) The Effect of Pregabalin on Microglia Differentiation in Rat with Neuropathic pain: A Preliminary Study. Int J Med Sci 21:1265-1273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