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스트레스는 어떻게 통증과 브레인포그를 함께 만들까요
스트레스는 뇌 안의 면역세포를 켜고, 골수와 비장에서 나온 세포가 이 반응을 증폭합니다. 건강한 남성 20명에게 소량의 세균 물질만 주입해도 불안과 우울이 오르고 언어 기억이 함께 떨어졌습니다.
목차
스트레스는 신경계와 면역계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 20명에게 소량의 세균 물질을 주입한 실험에서 불안과 우울이 오르고 기억력이 함께 떨어졌습니다.

통증이 있는 분이 잠을 못 자고, 의욕이 떨어지고, 머리가 흐리다고 함께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각각 다른 문제로 보이지만 최근 연구는 이 증상들에 공통으로 관여할 수 있는 신경·면역 기전을 살피고 있습니다. 오늘은 스트레스가 뇌 안의 면역세포를 켜는 과정과, 그 결과 나타나는 증상을 최근 논문을 통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서로 다른 스트레스와 신경·면역 반응
우리가 스트레스라고 부르는 것은 종류가 달라요. 마음의 부담, 몸의 손상, 몸에 들어오는 화학 물질이 각각 다른 입구로 들어와요.

- 정신적 스트레스는 부신에서 코르티솔을 올리고 교감신경이 노르아드레날린을 내보냅니다
- 신체적 스트레스는 다친 조직에서 세포 안에 있던 물질을 밖으로 흘려보냅니다
- 화학적 스트레스는 세균 세포벽 조각이나 산화 물질이 직접 들어옵니다
이러한 자극에 반응하는 세포 중 하나가 미세아교세포라는 세포예요. 뇌와 척수에 사는 면역세포이며, 뇌 실질의 대표적인 상주 면역세포입니다. 뇌의 경계 조직과 혈관 주변에는 다른 대식세포 집단도 있습니다.
여기서 통념과 다른 부분이 하나 있어요. 코르티솔은 염증을 끄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는데, 노출 시점과 기간, 뒤따르는 자극에 따라 미세아교세포의 염증 반응을 더 민감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Frank et al (2010)은 쥐에게 스트레스 호르몬을 미리 노출시킨 뒤 염증 자극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해마에서 염증성 물질 반응이 오히려 커졌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방아쇠를 당긴 것이 아니라, 방아쇠를 가볍게 만들어 둔 것입니다. 이 상태를 준비 상태라고 부릅니다.
스트레스는 뇌 안에서 위험 신호를 직접 만듭니다
감염이 없는데 염증 신호가 켜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Weber et al (2015)은 스트레스를 받은 쥐의 해마에서 HMGB1이라는 단백질이 세포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원래 세포 안에 있어야 할 물질이에요.
- 이 단백질이 밖으로 나오면 면역세포는 조직이 다쳤다는 신호로 읽습니다
- 미세아교세포의 감지 수용체에 결합해 준비 상태를 만듭니다
- 이 단백질을 차단하자 준비 상태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몸이 실제로 다치지 않아도 다친 것과 같은 신호가 뇌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뜻이에요.
잠금장치가 두 단계로 풀립니다
대표적인 NLRP3 인플라마좀 활성화 모형은 준비 신호와 활성화 신호를 구분합니다. 이는 IL-1β 같은 일부 염증 매개물질의 성숙 과정에 대한 설명이지, 모든 염증성 물질 분비에 공통으로 필요한 규칙은 아닙니다.

- 1차 신호는 재료를 준비시킵니다. 감지 수용체가 켜지면 세포 안에서 염증성 물질의 전구체가 쌓입니다
- 2차 신호는 재료를 완성시킵니다. 손상된 세포에서 나온 에너지 물질이 다른 수용체에 결합하면 복합체가 조립되고, 전구체가 잘려 활성형이 됩니다
- 이 모형에서는 두 단계가 갖춰져야 IL-1β 전구체가 절단되어 활성형으로 분비되는 과정이 촉진됩니다
이 모형은 증상 악화를 연구하는 데 단서를 줍니다. 다만 환자의 상태를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닙니다. 스트레스 이후 다른 자극에 대한 반응이 커질 가능성이 있지만, 감기나 수면 부족 뒤 증상이 심해졌다는 사실만으로 이 경로가 활성화되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동시에 브레이크도 약해져요. 신경세포는 평소 미세아교세포를 진정시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데, 스트레스 상태에서 이 억제가 느슨해져요.
모노사이트가 고리를 증폭합니다
신경면역 반응에는 골수와 비장에서 유래하는 말초 면역세포도 관여할 수 있습니다. 아래 기전 연구는 주로 생쥐의 반복 스트레스 모델에서 이루어졌습니다.

Heidt et al (2014)은 만성 스트레스를 받은 생쥐에서 교감신경 신호가 골수를 직접 건드린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골수 미세환경의 CXCL12 신호가 감소하고 조혈모세포의 증식과 백혈구 생산이 증가했습니다.
Powell et al (2013)은 스트레스와 교감신경 자극이 염증성 단핵구(모노사이트) 계열의 생산 증가와 관련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람의 백혈구를 분석했을 때도 염증 유전자가 함께 올라가 있었습니다.
- McKim et al (2016)은 비장이 이 세포의 저장고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 Wohleb et al (2014)은 활성화된 미세아교세포가 부르는 신호에 따라 모노사이트가 뇌혈관 주위로 모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유입된 모노사이트가 염증성 물질을 추가로 내놓으면서 불안이 되돌아왔습니다
- Menard et al (2017)은 사회적 스트레스가 혈뇌장벽의 이음 단백질을 떨어뜨려 통로를 넓힌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정리하면 이런 고리예요. 스트레스가 미세아교세포를 준비 상태로 만들고, 이 세포가 부르는 신호에 따라 골수와 비장에서 모노사이트가 나오고, 느슨해진 장벽을 지나 뇌로 들어와 염증성 물질을 더하고, 그 결과 미세아교세포가 더 활성화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일부 동물 모델에서 스트레스 후 반응이 지속되거나 다시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사람의 만성 증상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Hodes et al (2014)은 생쥐에서 스트레스 이전의 면역 반응성이 이후 스트레스 취약성과 관련됨을 보고했습니다. 개인의 혈액검사로 발병을 예측할 수 있다는 임상 근거와는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증상으로 나타날까요?
신경·면역 반응이 관여할 수 있는 증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증상들이 모두 하나의 분자 사건에서 비롯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첫째, 통증이 과해집니다. Coull et al (2005)이 밝힌 경로입니다. 척수의 미세아교세포가 켜지면 신경영양인자가 나오고, 이것이 신경세포의 염소 운반체를 떨어뜨립니다. 그 결과 원래 억제 역할을 하던 신호가 오히려 흥분을 일으키는 쪽으로 뒤집힙니다.
이는 동물의 신경병증성 통증에서 밝혀진 중추감작 관련 기전 중 하나입니다. 중추감작은 신경이 실제 자극보다 통증을 크게 부풀려 전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옷깃이 스치는 정도가 통증이 되는 이유예요. 중추감작을 다룬 내용은 중추감작과 말초감작 칼럼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둘째, 불안이 올라갑니다. 편도체와 해마의 염증성 물질, 그리고 유입된 모노사이트와 직접 연결돼요. 앞서 본 Wohleb의 연구가 이 부분입니다.
셋째, 우울이 생깁니다. 두 경로가 겹칩니다. 하나는 트립토판 대사가 세로토닌 대신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세아교세포가 약한 시냅스를 먹어 치우는 것이에요.

Raison et al (2013)의 시험이 중요한 단서를 줍니다. 치료가 잘 듣지 않는 우울 환자 60명에게 염증을 막는 약을 투여했습니다.
- 전체 집단에서는 위약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 기저 hs-CRP가 5mg/L를 넘는 탐색적 하위집단에서는 반응률이 62%(8/13명) 대 33%(3/9명)였지만,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P=0.19)
- 반대로 염증 수치가 낮은 환자에서는 위약 쪽이 더 나았습니다
모든 우울이 염증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높은 염증 수치가 우울의 원인을 확정하거나 인플릭시맙 치료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위 그림의 ‘염증이 높은 환자에서만 효과’라는 설명은 탐색적 결과를 단정한 것이므로, 본문의 통계적 한계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넷째, 머리가 흐려집니다. 급성 염증 자극이 사람의 인지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만성 브레인포그의 원인을 직접 규명한 연구는 아닙니다. Reichenberg et al (2001)은 건강한 남성 20명에게 소량의 세균 물질을 주입했습니다. 감염도 뇌 질환도 없는 상태였는데 불안과 우울이 오르고, 언어 기억과 비언어 기억이 함께 떨어졌습니다.
다섯째, 피로가 남습니다. Dantzer et al (2008)은 이것을 질병행동(sickness behavior)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습니다. 감염기에 에너지를 아끼려고 만들어진 반응 묶음이며, 기저핵의 도파민 신호가 줄면서 무언가를 하려는 동기 자체가 떨어져요. 이러한 반응은 피로를 설명하는 한 가지 기전입니다. 수면 후에도 남는 피로에는 수면장애, 빈혈, 약물 등 다른 원인도 고려해야 합니다.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계신 분에게 이 다섯 가지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요. 염증이 일부 관여할 수 있지만, 질환 활성도와 수면, 통증, 약물의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레한의원 코멘트
인천 송도에서 진료하다 보면 통증과 불면, 의욕 저하, 브레인포그를 한꺼번에 말씀하시는 분을 자주 만납니다. 여러 과를 다니며 각각 다른 약을 받아 오신 경우도 많습니다.
위 자료가 알려 주는 것은 이 증상들이 별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같은 축의 다른 얼굴이라면 하나씩 따로 다루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만 조심할 부분도 분명해요. 지금까지의 기전은 대부분 동물에서 나왔고, 사람 대상 항염증 치료 시험은 전체 집단에서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고, 높은 염증 수치의 하위집단 결과도 탐색적 수준입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면 이 고리가 풀린다는 것을 사람에서 직접 보인 자료는 아직 없습니다.
한약이 이 축을 조절해 증상을 낫게 한다는 사람 대상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세포와 동물에서 지표가 움직였다는 보고는 있으나 사람의 치료 효과로 옮겨 말할 수 없습니다.
본원에서는 필요한 검사와 처방약 조절을 담당 진료과와 상의하시도록 안내합니다. 진단과 약은 해당 진료과에 맡기고,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에서는 잠과 소화, 피로처럼 일상에서 걸리는 부분을 함께 살피고 있습니다.
약이 이 축에 어디까지 닿는지는 프레가발린 칼럼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트레스만 줄이면 이 고리가 풀릴까요?
A. 사람에서 직접 확인된 자료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고리가 스스로 유지되는 구조여서, 스트레스가 사라져도 증상이 남을 수 있다는 점은 알아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Q. 염증 수치를 재면 알 수 있나요?
A. 혈액 염증 지표만으로 뇌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이나 브레인포그의 원인을 알 수는 없습니다. 위 우울증 시험도 염증 수치에 따라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는 확정 근거는 아닙니다. 증상에 맞춰 담당 진료과에서 평가받으세요.
Q. 통증과 브레인포그가 함께 오는 것이 우연일까요?
A. 공통된 신경·면역 기전이 일부 관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증상이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뇌나 척수의 특정 면역 반응을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Q.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더 잘 생기나요?
A. 원래 질환의 염증이 같은 축을 계속 자극하므로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질환 활성도와 복용 약물의 영향을 함께 봐야 하므로 담당 진료과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참고문헌
- Frank MG et al (2010) Prior exposure to glucocorticoids sensitizes the neuroinflammatory and peripheral inflammatory responses to E. coli lipopolysaccharide. Brain Behav Immun 24:19-30
- Weber MD et al (2015) Stress induces the danger-associated molecular pattern HMGB-1 in the hippocampus of male Sprague Dawley rats: a priming stimulus of microglia and the NLRP3 inflammasome. J Neurosci 35:316-324
- Heidt T et al (2014) Chronic variable stress activates hematopoietic stem cells. Nat Med 20:754-758
- Wohleb ES et al (2014) Re-establishment of anxiety in stress-sensitized mice is caused by monocyte trafficking from the spleen to the brain. Biol Psychiatry 75:970-981
- Coull JA et al (2005) BDNF from microglia causes the shift in neuronal anion gradient underlying neuropathic pain. Nature 438:1017-1021
- Raison CL et al (2013)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the tumor necrosis factor antagonist infliximab for treatment-resistant depression. JAMA Psychiatry 70:31-41
- Reichenberg A et al (2001) Cytokine-associated emotional and cognitive disturbances in humans. Arch Gen Psychiatry 58:445-452
- Dantzer R et al (2008) From inflammation to sickness and depression: when the immune system subjugates the brain. Nat Rev Neurosci 9:46-56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