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그레이브스병(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의 간기능 이상 발생률 — 치료 전에도 간 수치가 오르는 이유
목차
갑상선기능항진증(그레이브스병) 진단을 받았는데 간 수치까지 올라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는 약을 쓰기 전부터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1,514명을 분석한 연구를 토대로 그레이브스병 환자의 간기능 이상 발생률과 그 의미를 정리했습니다.

치료 전 갑상선중독증 환자 1,514명에서, 진단 6개월 이내 간기능검사 이상의 전체 발생률은 39%였습니다. 즉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 10명 중 약 4명은 항갑상선제를 쓰기 전부터 이미 간 수치 이상을 동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은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면서 함께 좋아집니다.
그레이브스병과 간, 무슨 관계인가요?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을 자극하는 자가항체(TRAb)에 의해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자가면역성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갑상선중독증(thyrotoxicosis)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갑상선호르몬은 온몸의 대사 속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데, 그 양이 과도하면 심장, 근육, 그리고 간을 포함한 여러 장기가 평소보다 훨씬 바쁘게 일하게 되어 부담을 받습니다. 그래서 갑상선 자체의 문제인데도 간 수치가 함께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갑상선호르몬이 많아지면 우리 몸은 되먹임 작용으로 뇌하수체의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을 낮춥니다. 따라서 TSH가 낮을수록 갑상선중독증이 심하다는 뜻이고, 이 'TSH가 얼마나 억제되었는가'가 간 손상 위험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됩니다.
치료 전에도 간 수치가 오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항갑상선제(메티마졸 등) 부작용으로 간이 나빠진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이 연구는 약을 시작하기 전의 간 수치를 본 것입니다. 즉 약 때문이 아니라 갑상선중독증 그 자체로 간 이상이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문헌에 보고된 발생률은 연구마다 차이가 커서 15%에서 79%까지 넓게 나타나는데, 이번 대규모 분석에서는 39%로 정리되었습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만약 '간 수치 이상 = 약 부작용'이라고만 생각하면 꼭 필요한 치료를 불필요하게 중단하거나 미루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 연구의 대상자는 약 77%가 여성이었는데, 그레이브스병을 비롯한 자가면역성 갑상선질환이 여성에게 더 흔하다는 점과 일치합니다. 따라서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진단받은 여성이라면, 간 수치도 함께 확인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간 수치가, 얼마나 오르나요?


위 그래프(Figure 1)는 TSH 억제 정도에 따라 검사별 이상률을 비교한 것입니다. 갑상선중독증이 심해 TSH가 검출한계 이하(≤0.02 mIU/L)인 811명에서는 45%가, 그보다 덜 억제된(>0.02) 697명에서는 33%가 간기능 이상을 보였습니다.
- 알칼리포스파타아제(ALP): 중증군에서 35% vs 22%로 가장 흔한 이상 (단, ALP는 간이 아닌 뼈에서 기원할 수도 있어 해석에 주의)
- AST: 13% vs 18% / ALT: 13% vs 14% — 간세포가 손상되면 올라가는 지표
- 빌리루빈: 총빌리루빈 9% vs 15%, 직접빌리루빈 6% vs 12% — 담즙 배설이 원활하지 않을 때 올라감
검사 항목마다 의미가 조금씩 다릅니다. AST와 ALT는 간세포 자체의 손상을, ALP와 GGT는 담즙 흐름의 문제를, 빌리루빈은 담즙 배설 기능을 반영합니다. 그래서 어떤 수치가 올랐는지를 보면 간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빌리루빈 이상은 오히려 덜 억제된 군에서 더 흔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AST·ALT·빌리루빈이 오르는 간염형(hepatitic) 양상이 우세하고, 일부는 ALP가 오르는 담즙정체형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이 연구에서 사용한 이상 기준값은 AST 47, ALT 64, ALP 113, GGT 68(U/L), 총빌리루빈 1.2, 직접빌리루빈 0.3(mg/dL)을 넘는 경우였습니다.
누가 더 위험한가요?

연구는 간기능 이상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를 분석했습니다.
- 중증 갑상선중독증 — 초기 TSH가 ≤0.02 mIU/L로 깊이 억제될수록 위험이 높았습니다(위험비 1.42배, 95% 신뢰구간 1.19~1.68)
- 남성
- 아프리카계 미국인
즉 갑상선 기능이 더 심하게 항진될수록, 그리고 남성일수록 간 수치 이상이 잘 동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모든 항목이 같은 방향은 아니어서, 앞서 본 것처럼 빌리루빈 이상은 오히려 갑상선중독증이 덜 심한 군에서 더 흔했습니다. 이는 간이 받는 영향이 단순히 '심할수록 무조건 나쁘다'가 아니라, 손상되는 방식과 항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한두 가지 수치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전체 검사 결과를 종합해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간 수치가 오를까요?

여러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봅니다.
- 과잉 갑상선호르몬에 의한 간세포의 대사 부담
- 그레이브스병의 갑상선수용체항체(TRAb) 상승
- 상대적인 간 저산소증, 세포자멸사(apoptosis), 산화 스트레스 취약성 증가
- 그 밖에 심부전, 항갑상선제 자체의 영향, 동반된 간질환 등
즉, 간이 직접 병든 것이 아니라 갑상선의 과열 상태가 간에 2차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갑상선중독증과 간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1874년에 이미 갑상선중독증에 의한 간 괴사가 처음 보고되었고, 1967년 갑상선기능항진 환자의 간 조직검사에서는 90%에서 지방변성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변화의 상당수는 갑상선 기능이 안정되면 회복되는 가역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언제 간 검사를 해야 할까요?

연구진은 고위험군(TSH ≤0.02·남성·아프리카계)의 경우 진단 직후 1~3개월에 조기 간기능 모니터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갑상선중독증이 심한 환자일수록 치료 초기에 간 상태를 한 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치료를 시작한 뒤 간 수치가 오르면, 그것이 약(항갑상선제)의 영향인지 갑상선중독증 자체의 영향인지 구분이 필요하므로 전문의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간 수치만 보고 불안해하기보다, 갑상선 기능을 안정시키는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결국 간 회복으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의 내용은 다음 논문을 토대로 정리했습니다. Lin TY, Shekar AO, Li N, Yeh MW, Saab S, Wilson M, Leung AM (2017) Incidence of Abnormal Liver Biochemical Tests in Hyperthyroidism. Clin Endocrinol (Oxf) 86:755-759.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그레이브스병을 비롯한 갑상선·자가면역질환을 진료하며, 갑상선 기능과 간을 포함한 전신 상태를 함께 살펴 환자 한 분 한 분의 상태에 맞춰 접근합니다.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갑상선기능항진증인데 간 수치가 높다고 합니다. 간염일까요?
A. 꼭 간염은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치료 전 갑상선중독증 환자의 약 39%가 간기능검사 이상을 동반하며, 이는 바이러스 간염이나 약물 때문이 아니라 갑상선호르몬 과잉 자체로 생길 수 있습니다. 대개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면서 간 수치도 함께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간질환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등 정확한 원인 감별은 전문 의료기관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Q. 항갑상선제 때문에 간이 나빠진 건가요?
A. 약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이 연구는 약을 쓰기 전 단계에서도 간 수치가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치료 중 간 수치가 변하면 약의 영향인지 질환 자체의 영향인지 구분이 필요하며, 임의로 약을 중단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Q. 간 검사는 언제 받는 것이 좋나요?
A. 갑상선중독증이 심하거나(TSH가 매우 낮음) 남성 등 고위험군은 진단 직후 1~3개월에 간기능을 확인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시점과 빈도는 개인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전문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