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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성 척추염과 염증성 장질환 — 장 증상을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만 넘기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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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강직성 척추염과 염증성 장질환 — 장 증상을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만 넘기면 안 되는 이유

박석민
의료 감수 박석민 대표원장

허리와 등이 뻣뻣해 병원을 다니는데, 배가 자주 아프고 설사가 잦다면 그냥 예민한 장 탓으로 넘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척추에 염증이 생기는 이 병을 앓는 분들에게 장의 염증성 질환이 유난히 많이 생긴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습니다. 다만 그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건선이나 건선관절염 같은 비슷한 자가면역 질환과 비교하면 어떤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34만 명 넘는 환자를 추적한 2026년 대규모 연구를 통해 이 문제를 근거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염증성 장질환 위험이 일반인보다 4.22배 높다는 내용을 설명하는 의료 인포그래픽

척추 질환인데 왜 장이 문제가 되는가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관절염이라는 큰 범주에 속하는 만성 염증 질환입니다. 이 범주에는 반응성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에 동반된 관절염, 건선관절염 등이 함께 묶입니다. 이름은 관절 질환이지만 피부, 눈, 소화관 같은 다른 장기에도 함께 염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들이 한 묶음으로 다뤄지는 이유는 면역학적 뿌리를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루킨-23과 Th17 세포가 이루는 면역 축의 조절 이상이 공통 경로로 지목됩니다. 다만 어느 조직을 주로 공격하느냐가 다릅니다. 척추 질환은 축성 골격을, 건선 계열은 피부와 말초 관절을 주된 표적으로 삼습니다.

인터루킨-23과 Th17 면역 축을 공유하지만 공격 부위가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문제는 장입니다. 장에서 먼저 예민해진 면역세포가 관절 염증을 일으킨다는 이른바 장 프라이밍 개념이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실제로 척추 염증과 장 염증은 임상에서 자주 함께 나타납니다.

34만 명을 비교한 연구

이번 연구는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전자의무기록을 모은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했습니다. 2005년부터 2023년까지 20세 이상 성인 중 강직성 척추염 환자 26,610명과 건선 환자 322,317명을 추렸습니다. 처음부터 장질환이 있던 사람은 제외했습니다.

두 집단은 나이, 성별, 인종, 경제적 여건, 체질량지수, 의료 이용, 동반 질환, 복용 약까지 다릅니다. 이 차이가 결과를 왜곡하지 않도록 성향점수 매칭이라는 방법으로 조건이 비슷한 사람끼리 1대 1로 짝을 지어, 최종적으로 26,569쌍을 비교했습니다.

두 환자군을 조건이 비슷한 사람끼리 짝지어 비교한 연구 설계를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위험은 얼마나 높았나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합친 확정 염증성 장질환의 누적 발생률은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서 11.08퍼센트, 건선 환자에서 4.75퍼센트였습니다. 위험비로 환산하면 2.96배입니다.

장질환 유형 척추 염증군 vs 건선군 위험비
확정 염증성 장질환 11.08% vs 4.75% 2.96배
크론병 7.13% vs 2.15% 3.38배
궤양성 대장염 5.64% vs 3.14% 2.43배
불확정 대장염 0.40% vs 0.16% 2.45배
현미경적 대장염 0.90% vs 0.93% 차이 없음

특히 크론병의 위험이 3.38배로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현미경적 대장염은 두 집단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만성 자가면역 질환이라고 해서 모든 장질환 위험이 똑같이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크론병 3.38배, 궤양성 대장염 2.43배, 불확정 대장염 2.45배, 현미경적 대장염은 차이 없음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눈여겨볼 것은 불확정 대장염입니다. 이는 내시경과 조직 검사, 영상 검사를 해도 크론병인지 궤양성 대장염인지 딱 잘라 나누기 어려울 때 붙이는 진단명으로, 장 염증이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중간 상태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 위험이 2.45배 높았다는 것은, 척추 염증 환자의 장 염증이 전형적인 틀에 잘 들어맞지 않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나이·성별·인종을 가리지 않았다

이 결과가 특정 집단에서만 나타난 우연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여러 하위 집단으로 나눠 다시 분석했습니다.

20~40세에서 3.53배, 41~64세에서 3.34배, 65세 이상에서 2.73배로 모든 연령대에서 위험이 높았습니다. 여성 2.58배, 남성 3.47배로 성별과 무관했고, 백인 3.01배, 흑인 5.48배, 아시아인 2.14배로 인종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비만 여부(체질량지수 30 미만 2.30배, 30 이상 2.34배)나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동반 여부와도 상관없이 일관된 경향이 유지됐습니다.

연령·성별·인종·체질량지수와 무관하게 위험이 일관되게 높았다는 하위 집단 분석 결과 인포그래픽

건선·건선관절염과 비교하면

일반 인구와 비교했을 때 위험의 서열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확정 염증성 장질환 위험은 강직성 척추염에서 4.22배로 가장 높았고, 건선관절염이 1.52배, 건선이 1.37배였습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건선관절염보다도 2.60배 더 위험했습니다.

누적 발생률로 보면 일반 인구가 2.18~2.85퍼센트, 건선이 4.08퍼센트, 건선관절염이 약 5퍼센트인 데 비해 척추 염증 환자는 약 11퍼센트였습니다. 즉 같은 면역 축을 공유하는 질환들 사이에서도 장 염증의 부담은 결코 균등하지 않으며, 척추를 침범하는 유형이 유독 장과 밀접합니다.

일반 인구 대비 위험이 강직성 척추염 4.22배, 건선관절염 1.52배, 건선 1.37배로 서열을 이루는 것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이 내용은 He et al (2026)을 근거로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연구진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척추 염증 환자를 볼 때 장 증상을 적극적으로 물어야 하고, 증상이 있으면 소화기 진료로 신속히 연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불확정 대장염 위험이 높다는 점은 장 염증이 비전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정확한 분류를 위해 대장내시경과 조직 검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여기서 환자분들이 기억하실 것은 하나입니다. 만성적인 복통, 잦은 설사, 혈변, 이유 없는 체중 감소가 있다면 단순히 예민한 장 탓으로 넘기지 마시고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평가받으셔야 합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처럼 기능적인 문제와, 크론병·궤양성 대장염처럼 실제 염증이 장 점막을 손상시키는 질환은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병입니다.

만성 복통, 잦은 설사, 혈변, 체중 감소가 있으면 의료기관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내하는 인포그래픽

이 연구의 한계

정직하게 짚을 부분도 있습니다. 관찰 연구이므로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진단 코드에 의존했기 때문에 세 질환의 진단이 일부 겹칠 수 있고, 가벼운 환자는 1차 의료기관에서만 관리되어 누락됐을 수 있습니다. 흡연량이나 유병 기간 같은 측정되지 않은 요인의 영향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이번 환자군은 영상에서 확인되는 축성 척추관절염이 중심이므로, 영상 소견이 뚜렷하지 않은 초기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의 관점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자가면역 질환을 오래 다뤄온 한의원으로, 관절 통증과 소화기 증상을 함께 안고 오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이번 연구는 척추의 염증과 장의 염증이 별개의 두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면역 흐름에서 갈라져 나온 두 얼굴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진단과 검사, 약물 치료는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고, 저희는 그 결과를 함께 살피면서 소화 상태, 배변 리듬, 수면, 피로, 통증의 양상까지 몸 전체의 흐름을 놓고 한의학적 관리 방향을 상의드립니다. 관절만 보거나 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두 증상이 함께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피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진료실에서 환자와 마주 앉아 상담하는 한의사의 모습

자주 묻는 질문

Q. 강직성 척추염이 있으면 반드시 장 질환이 생기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확정 염증성 장질환이 생긴 비율은 약 11퍼센트였습니다. 위험이 일반 인구보다 4.22배 높다는 것이지, 대부분의 환자에게 생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위험이 뚜렷하게 높은 만큼 장 증상이 있을 때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배가 아프고 설사를 자주 하는데 그냥 장이 예민한 걸까요?
A.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기능적인 장 문제와 실제 염증이 있는 장질환은 증상이 겹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병입니다. 혈변, 밤에 깨는 설사, 이유 없는 체중 감소가 함께 있다면 특히 주의가 필요하며, 소화기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건선이 있는 사람보다 위험이 더 높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A. 같은 면역 경로를 공유하는 질환이라도 장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확정 염증성 장질환 위험은 건선의 1.37배, 건선관절염의 1.52배에 비해 척추 염증 환자에서 4.22배로 뚜렷하게 높았습니다. 그래서 장 증상에 대한 경계 수준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참고문헌

  • He et al (2026) Increased risk of inflammatory bowel disease in ankylosing spondylitis compared to psoriasis. Frontiers in Immunology 17:1762379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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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민

박석민 대표원장

19년간 자가면역질환과 구강작열감증후군과 같은 신경병증성 통증을 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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