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지속특발치조골통(비정형 치통), 통증의 원인이 뇌에 있다? — 중추신경계와 피질 가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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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뽑고 신경치료까지 마쳤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치아 부위 통증, 혹시 그 원인이 입이 아니라 뇌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속특발치조골통은 뚜렷한 충치나 염증 없이 치아·잇몸 부위에 만성 통증이 이어지는 질환입니다. 최근 일본 연구진이 자기공명영상으로 환자의 뇌를 분석한 결과, 감각을 처리하는 대뇌 영역의 구조가 실제로 달라져 있었습니다. 통증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신경계의 변화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오늘은 이 주제를 최근 발표된 연구를 통해 리뷰해보겠습니다. 작성자의 주관적 의견이 아니라 연구 근거에 기반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지속특발치조골통이란 어떤 통증인가요?

이 질환은 비정형 치통으로도 불리며, 선행 원인이 없는데도 한쪽 구강 안 치아·치조골 부위에 하루 2시간 넘게, 3개월 이상 매일 반복되는 통증으로 정의됩니다. 충치나 외상처럼 통증을 일으킬 만한 조직 손상이 보이지 않는데도 아픔이 지속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의학적으로는 통증가소성 통증으로 분류됩니다. 말초에서 실제 손상이 통각 수용기를 자극해서가 아니라, 통증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신경계 자체가 달라져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주로 중년 여성에게 나타나고, 증상이 시작된 뒤 적절한 진단을 받기까지 여러 해가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치과 치료로는 잘 낫지 않을까요?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환자 24명 가운데 22명은 이미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았고, 그중 17명은 근관치료나 발치 같은 침습적인 처치까지 거쳤습니다. 그럼에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발병에서 전문 클리닉 첫 방문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82년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치아를 직접 건드리는 치료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까닭은, 통증의 뿌리가 치아 자체가 아니라 중추신경계에 있기 때문으로 봅니다. 아픈 부위만 반복해서 손대면 오히려 자극이 더해질 수 있어, 원인을 정확히 가려내는 일이 먼저입니다.
통증을 키우는 신경계 변화, 중추감작

핵심 기전으로 거론되는 것이 중추감작입니다. 중추신경계의 통각 신경세포가 정상적이거나 약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반응하게 되는 상태로, 평소라면 아프지 않을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는 통각과민, 가벼운 접촉에도 아픔을 느끼는 이질통으로 나타납니다.
한번 이런 변화가 자리 잡으면 통증이 스스로 굴러가듯 오래 이어지기 쉽습니다. 비정형 치통이 수개월에서 수년씩 지속되는 배경에도 이 같은 신경계의 과민화가 있다고 이해됩니다.
연구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연구진은 비정형 치통 환자 24명(평균 54.7세, 남성 7명·여성 17명)과 나이·성별을 맞춘 건강한 대조군 25명(평균 54.1세)을 비교했습니다. 고해상도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한 뒤, 복셀기반형태분석이라는 기법으로 뇌의 회백질 부피를 두 집단 사이에서 견주었습니다. 동시에 통증을 얼마나 부정적으로 곱씹는지를 재는 통증 파국화 척도도 평가했습니다. 환자들의 통증 강도는 시각통증척도에서 66.0점, 최근 4주 평균 통증은 10점 만점에 6.77점이었습니다.
뇌에서 무엇이 달라져 있었나 — 우측 체성감각피질

분석 결과,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오른쪽 일차체성감각피질의 구강 담당 영역에서 회백질 부피가 뚜렷하게 줄어 있었습니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보정된 p=0.032). 일차체성감각피질은 얼굴과 입의 감각을 처리하는 곳으로, 뇌 표면에서 비교적 넓은 영토를 차지합니다.
변화가 오른쪽에서 나타난 점도 흥미롭습니다. 참여 환자 중 통증 부위가 왼쪽인 사람이 8명, 양쪽인 사람이 14명으로 왼쪽 통증이 많았는데, 뇌는 반대편 감각을 처리하므로 오른쪽 영역에서 변화가 관찰된 것입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나 삼차신경통 같은 다른 만성 통증에서도 비슷한 구조 변화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 내용은 다음 연구를 토대로 정리했습니다. Tamura M, Ogino Y, Kawamichi H, Ikawa M, Saito S (2025) Cortical plasticity in patients with persistent idiopathic dentoalveolar pain: A case-control study. Cephalalgia Reports 8:1-8.
통증을 곱씹는 마음과 뇌 구조의 연결

심리 평가에서 통증 파국화 점수는 환자가 37.9점, 대조군이 19.0점으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p<0.001). 더 주목할 부분은 이 점수와 뇌 구조의 관계입니다. 파국화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감각 영역의 부피가 작아지는 음의 상관이 확인됐습니다(R²=0.110, p=0.020). 반면 통증 강도 자체와 부피 사이에는 의미 있는 연관이 없었습니다.
즉 통증을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가보다, 통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곱씹는가 하는 심리 상태가 뇌 구조 변화와 더 가깝게 맞물려 있었던 셈입니다. 이는 통증을 신경생물학과 심리·사회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현상으로 보는 관점을 뒷받침합니다.
치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이러한 결과는 비정형 치통의 치료가 중추신경계와 심리적 측면을 함께 겨냥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표준 치료는 중추에 작용하는 삼환계 항우울제가 중심이며, 여기에 인지행동치료를 더하면 약물 단독보다 나은 결과가 보고됩니다. 통증을 치아 한 곳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신경계의 과민함과 통증을 대하는 마음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비정형 치통을 비롯한 만성 구강안면통증과 자가면역질환을 진료하며, 통증을 치아 한 부위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신경계 민감도와 수면·스트레스라는 전체 맥락 속에서 환자 한 분 한 분의 상태에 맞춰 접근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충치도 없는데 특정 치아 부위가 계속 아픈 것도 이 질환일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사에서 충치·염증 같은 뚜렷한 원인이 보이지 않는데도 한쪽 치아·잇몸 부위 통증이 하루 2시간 넘게, 3개월 이상 이어진다면 비정형 치통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정확한 구분은 다른 치과·신경계 질환을 함께 살펴야 하므로 전문 의료기관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Q. 발치나 신경치료를 한 번 더 받으면 통증이 사라질까요?
A. 이 통증은 치아 자체의 손상보다 중추신경계의 변화와 관련이 깊어, 침습적 처치만으로는 잘 가라앉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침습적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통증이 지속됐습니다. 추가 처치를 결정하기 전에 통증의 배경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그렇다면 통증이 심리적인 문제일 뿐이라는 뜻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통증을 곱씹는 심리 상태가 뇌 구조 변화와 연결돼 있다는 의미일 뿐, 통증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신경계의 실제 변화와 심리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므로, 두 측면을 모두 다루는 접근이 도움이 됩니다.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