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입마름증 원인이 되는 항우울제의 작용
목차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한 뒤 입이 마른다면, 약이 침샘에 어떤 작용을 하는 걸까요?

입마름(구강건조)은 단순히 물을 덜 마셔서 생기는 증상이 아닙니다. 침의 분비는 자율신경의 정교한 조절을 받는데, 항우울제·수면제 같은 신경과 계열 약물은 바로 이 조절 경로에 끼어들어 침의 양과 성분을 동시에 바꿔 놓습니다. 이 글에서는 약물이 어떤 기전으로 입마름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실제 임상 연구가 보여준 발생 빈도를 정리합니다.
침 분비를 결정하는 두 갈래 자율신경
침은 음식이 입에 들어와 씹는 동작이 일어날 때 가장 활발하게 나옵니다. 그러나 심리 상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새콤한 음식을 떠올리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고, 반대로 긴장되거나 초조한 순간에는 입이 바짝 마르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익숙합니다. 이런 변화는 침샘을 지배하는 자율신경, 즉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에서 비롯됩니다.
두 신경의 역할은 서로 다릅니다.
- 부교감신경 — 아세틸콜린을 분비해 침샘의 muscarinic M3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침의 분비량을 늘립니다. 입마름 치료제로 쓰이는 살라겐(필로카르핀)이 바로 이 경로에 작용합니다.
- 교감신경 — 노르아드레날린을 통해 침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농도를 조절합니다.
즉 부교감신경이 "얼마나 나오느냐"를, 교감신경이 "얼마나 끈적하냐"를 맡는 셈입니다. 약물이 이 균형 중 어느 쪽을 건드리느냐에 따라 입마름의 양상도 달라집니다.
입마름을 부르는 신경과 약들
신경과 증상을 다스리는 데 흔히 쓰이는 항우울제(antidepressants)와 항불안제(anxiolytics), 그리고 류마티스관절염약이나 편두통약 가운데 일부는 입마름을 부작용으로 동반합니다. 이들 약물은 침의 절대량을 줄이거나 침의 구성 성분을 바꾸는 방식으로 건조감을 유발합니다. 같은 "입마름"이라도 원인 기전은 약마다 제각각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항우울제: 분비량과 점성을 동시에 바꾼다
항우울제의 작용은 한 가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침샘의 muscarinic M3 수용체에서 아세틸콜린이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고, 그 결과 침의 분비량 자체가 줄어듭니다.
여기에 더해 교감신경이 부교감신경보다 우세해지는 쪽으로 균형이 기울면서 침의 단백질 농도가 변하고, 결국 묽은 침이 아니라 점성이 높은 끈적한 침으로 바뀝니다. 또한 항우울제는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해 간접적으로도 침 분비를 떨어뜨립니다. 양·질·중추 조절이라는 세 경로를 한꺼번에 건드리는 셈입니다.
BDZ 계열 수면제의 간접 억제
수면제 중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BDZ) 계열은 작용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이 약은 GABAA 수용체에 작용해 GABA가 작용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냅니다. 구체적으로는 염소이온(Cl-)의 투과력을 높여 신경세포를 과분극 상태로 유지시키고, 그 결과 시냅스의 신호 전달이 억제됩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flurazepam, triazolam이 있습니다. BDZ는 이런 신경 억제 작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침 분비를 줄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도 diazepam이 무스카린 수용체 자극에 의한 신호전달(inositol 1,4,5-삼인산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Kujirai 등, Br J Pharmacol 2002).
TCAs와 SSRIs: 양은 그대로여도 마를 수 있다
입마름은 주관적인 증상입니다. 보통은 침 분비량이 줄어들 때 나타나지만, 분비량은 정상이더라도 침 속 단백질(대표적으로 점액 성분인 mucin)이 부족해지면 똑같이 건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TCAs(삼환계 항우울제) — 침의 농도에 영향을 주어 입마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SSRIs(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 fluoxetine, paroxetine, sertraline, citalopram 등이 여기에 속하며, 침 분비량을 줄이는 동시에 침의 농도에도 영향을 미쳐 입마름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분비량 감소와 성분 변화가 겹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약을 먹는데도 침이 마르지 않으니 괜찮다"는 판단은 성급할 수 있습니다.
임상 연구가 보여준 발생 빈도
실제 연구에서는 33명의 참여자를 네 그룹으로 나눠 약물과 입마름의 관계를 관찰했습니다.
- 그룹 1 — 대조군 (신경과 약물 비복용)
- 그룹 2 — 신경과약 복용군
- 그룹 3 — 신경과약 복용군 중 SSRIs만 복용
- 그룹 4 — 신경과약 복용군 중 SSRIs와 다른 처방을 함께 복용
3개월간 약을 복용한 뒤 침 분비 속도, 입마름(xerostomia) 여부, 침의 생화학적 변화를 함께 측정했습니다. 입마름을 호소한 비율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그룹 2 — 37.5%
- 그룹 3 — 38.46%
- 그룹 4 — 50%
즉 단일 처방(그룹 3, 38.46%)보다 SSRIs에 다른 약을 더한 복합 처방(그룹 4, 50%)에서 입마름 호소가 더 높았습니다. 또한 신경과약 복용군의 침 분비량은 대조군에 비해 의미 있는 감소를 보였으나, 침의 생화학적 변화는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았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약물에 따라 침의 "양"이 먼저 줄어드는지, "질"이 먼저 바뀌는지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자율신경과 침 분비의 기본 원리는 Smith PM. Mechanisms of salivary secretion(Saliva and oral health, 3rd ed, BDJ Books, 2004)에, 약물별 처방 빈도는 Wynn RL의 연구(Gen Dent 2002)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항우울제·수면제 복용 중 나타나는 입마름과 쇼그렌증후군 등 구강건조 증상을 자율신경 균형과 침샘 기능의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복용 약물의 종류와 침의 분비량·점성 변화를 함께 고려해, 무작정 약을 끊기보다 원인에 맞는 관리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항우울제를 먹으면 무조건 입이 마르나요?
A. 모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 연구에서는 신경과약 복용군의 약 37.5%, SSRIs와 다른 약을 함께 복용한 군에서는 50%가 입마름을 호소했습니다. 약의 종류와 조합, 개인차에 따라 발생 여부와 정도가 달라집니다.
Q. 침이 잘 나오는데도 입이 마른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입마름은 분비량뿐 아니라 침의 성분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분비량이 정상이어도 점액 성분(mucin)이 부족하거나 침의 점성이 높아지면 건조감을 느낄 수 있으며, TCAs 계열 항우울제가 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Q. 입마름이 불편하다고 약을 임의로 끊어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항우울제·수면제는 갑작스러운 중단 시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처방 의료진과 상의해 용량·약제 조정 여부를 결정하고, 입마름 자체에 대한 관리는 별도로 병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