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백신이 덜 들을까 — 대상포진·독감 백신 효과 비교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백신을 맞아도 덜 듣는 것 아닐까 — 진료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면역을 조절하는 약을 드시는 분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면역을 눌러 두는 약을 먹는데 백신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는 생각은 자연스럽습니다.
목차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백신을 맞아도 덜 듣는 것 아닐까 — 진료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면역을 조절하는 약을 드시는 분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면역을 눌러 두는 약을 먹는데 백신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는 생각은 자연스럽습니다. 오늘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최근 논문을 통해 리뷰해 보겠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Denz et al (2026)이 독일의 대형 건강보험 자료로 확인한 결과,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분과 없는 분 사이에 백신 효과의 뚜렷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대상포진 백신과 독감 백신 두 가지를 모두 살펴본 연구이며, 어느 쪽에서도 효과가 깎였다는 근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확인했을까요?
이 연구가 눈여겨볼 만한 이유는 규모와 방법에 있습니다.
연구진은 독일 보험사 BARMER의 청구 자료를 써서 가상의 임상시험을 다섯 번 흉내 내는 방식(target trial emulation)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사람을 무작위로 나눌 수 없을 때, 이미 쌓인 자료 안에서 조건이 비슷한 사람끼리 짝을 지어 시험처럼 비교하는 방법입니다.

대상포진 백신에서는 접종하신 169,054명에게 조건이 비슷한 미접종자를 한 사람씩 붙여 총 338,108명을 비교했습니다. 이 가운데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분은 21,988명(6.5%)이었습니다.
독감 백신은 2015/2016 절기부터 2018/2019 절기까지 네 절기를 각각 따로 분석했고, 절기마다 짝지어진 인원이 70만~85만 쌍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가면역질환은 세 가지입니다.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 만성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 만성 염증성 류마티스질환(chronic inflammatory rheumatic disorders, CIRD)입니다.
대상포진 백신 — 오히려 조금 높았습니다
수치를 보겠습니다.

자가면역질환군의 백신 효과는 68.73퍼센트(95퍼센트 신뢰구간 55.75~77.91)였고, 자가면역질환이 없는 군은 60.30퍼센트(55.59~64.52)였습니다.
효과의 비율은 1.14(0.93~1.30)로 나왔습니다. 백신 효과란 접종하신 분에게서 병이 얼마나 덜 생겼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값이고, 비율이 1이면 두 집단의 효과가 같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함께 읽으셔야 합니다.
첫째, 숫자만 보면 자가면역질환군이 8퍼센트포인트가량 높습니다. 둘째, 그 비율의 신뢰구간(0.93~1.30)이 1을 품고 있습니다.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한다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더 잘 듣는다」가 아니라 「덜 듣는다는 근거는 없다」로 읽는 것이 정확하겠습니다.
독감 백신은 어땠나요?
독감 백신 쪽은 절기마다, 그리고 무엇을 기준으로 세느냐에 따라 값이 흔들렸습니다.
다만 두 집단의 효과 비율은 대부분의 분석에서 1 부근에 머물렀고, 모든 신뢰구간이 1을 포함했습니다.
절기별로 값이 흔들리는 것은 독감 백신에서 흔한 일입니다. 그해 유행한 바이러스와 백신에 담긴 균주가 얼마나 맞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며, 이는 자가면역질환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해당합니다.
면역억제제를 드시는 분은 어떨까요?
이 대목이 가장 궁금하실 부분입니다.

연구에 포함된 자가면역질환군에서 면역억제 작용이 강한 약을 드시는 분은 4.1~4.5퍼센트, 중간 정도인 약까지 합하면 30퍼센트 안팎이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이 없는 군에서는 강한 약이 1.0~1.4퍼센트에 그쳤습니다.
즉 면역을 조절하는 약을 드시는 분이 상당수 섞여 있는 상태에서도 전체 효과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약의 종류별로 효과를 따로 나누어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약을 쓰든 똑같다」는 뜻으로 넓혀 읽으시면 안 되겠습니다. 실제로 특정 약제에서는 항체 반응이 떨어진다는 보고가 따로 있습니다.
접종하신 분과 안 하신 분은 원래 다릅니다
관찰 자료를 다룰 때 늘 따라붙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연구의 자료를 보면 접종하신 분들은 지난 한 해 병원 방문 횟수가 더 많았습니다. 자가면역질환군에서 접종하신 분은 평균 30.99회, 안 하신 분은 26.33회였습니다.
건강검진을 받은 비율도,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맞은 비율도 접종군에서 높았습니다.
이렇게 건강에 더 신경 쓰는 분이 백신도 더 맞는 경향을 그대로 두고 비교하면 백신 효과가 실제보다 커 보입니다. 연구진은 이 점을 알고 짝을 지을 때 병원 이용 횟수와 동반질환 지수 등을 함께 맞췄습니다.
그래도 자료에 담기지 않은 요인까지 다 없앨 수는 없습니다. 이 연구의 결론을 「비슷한 조건에서 비교했을 때」라는 단서와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가면역질환에서 감염이 갖는 무게
왜 이런 연구가 필요했는지도 짚어 두겠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이 있으신 분은 감염에 더 잘 걸리고, 걸렸을 때 경과도 나쁜 편이라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면역을 조절하는 약이 더해지면 그 폭이 더 커집니다.
게다가 감염 자체가 자가면역 반응을 흔드는 방아쇠가 되기도 합니다.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염증 환경이 원래 잠잠하던 자가반응성 면역세포까지 깨우는 경로가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환자군에서 예방접종은 「해도 되는가」가 아니라 「제대로 듣는가」의 문제였고, 이 연구가 그 물음에 답한 셈입니다.
한의원에서는 어떻게 보나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쇼그렌증후군과 루푸스, 베체트병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에서 나타나는 통증과 소화기 증상, 피로를 오래 진료해 왔습니다.
예방접종 여부와 시기를 정하는 일은 저희 영역이 아닙니다. 접종은 담당 진료과에서 판단하시고, 저희는 그 결정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다만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걱정이 있습니다. 「면역이 예민한데 백신으로 더 자극하면 병이 도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그 걱정과는 다른 질문을 다뤘지만, 적어도 효과 면에서 손해를 본다고 볼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접종 뒤 며칠간 몸살처럼 무겁고 관절이 쑤시는 증상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희가 다루는 부분은 그 시기의 피로와 통증, 잠의 질이며, 백신의 효과나 부작용 자체를 바꾼다고 말씀드리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면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을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 독일 보험 자료로 다섯 번의 가상 시험을 흉내 내어 백신 효과를 비교한 연구입니다
- 대상포진 백신 효과는 자가면역질환군 68.73퍼센트, 없는 군 60.30퍼센트였습니다
- 두 집단의 효과 비율은 1.14였고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해 차이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 독감 백신은 네 절기 모두 비율이 1 부근이었고 신뢰구간이 1을 포함했습니다
- 면역억제 작용이 강한 약을 드시는 분이 4퍼센트 남짓 섞여 있어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 다만 약제별로 나누어 본 분석이 아니므로 개별 약에까지 넓혀 읽을 수는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면역억제제를 먹고 있는데 백신을 맞아도 소용없나요?
A. 이 연구에서는 그렇게 볼 근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면역억제 작용이 강한 약을 드시는 분이 포함된 상태에서도 전체 효과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약의 종류별로 나누어 본 것은 아니므로 담당 진료과에 확인하시는 편이 낫겠습니다.
Q. 대상포진 백신이 자가면역질환자에게 더 잘 듣는다는 뜻인가요?
A. 그렇게 읽으시면 안 됩니다. 숫자상으로는 조금 높았지만 두 집단의 차이를 나타내는 구간이 「차이 없음」을 포함하고 있어, 더 잘 듣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Q. 독감 백신은 해마다 효과가 다르다던데요?
A. 맞습니다. 그해 유행한 바이러스와 백신 균주가 얼마나 맞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자가면역질환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합니다. 이 연구에서도 절기마다 값이 흔들렸습니다.
Q. 백신을 맞으면 자가면역질환이 나빠지지 않나요?
A. 이 연구는 그 질문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백신이 얼마나 잘 듣는지만 비교한 연구이며, 접종 후 질병 활동도의 변화는 별도의 연구 주제입니다.
Q. 어떤 자가면역질환이 포함되었나요?
A. 다발성경화증, 만성 염증성 장질환, 만성 염증성 류마티스질환 세 가지입니다. 쇼그렌증후군이나 루푸스는 별도로 나누어 분석되지 않았으므로, 이 결과를 그대로 옮겨 적용하기는 어렵겠습니다.
Q. 접종 뒤 며칠간 몸이 무거운데 한의원에서 도움이 될까요?
A. 그 시기의 피로와 관절 통증, 잠의 질은 저희가 다루는 부분입니다. 다만 백신의 효과나 부작용 자체를 바꾼다고 말씀드리지는 않습니다.
참고문헌
- Denz R, van de Sand H, Basten J, Meiszl K, Tokic M, Oganowski T, Grüter T, Stock S, Simic D, Shukri A, Kiltz U, Zacharopoulou M, Vollmar HC, Otte IC, Giehl C, Lauer R, Stallmach A, Franz A, Marschall U, Saam J, Tiemann C, Reeb K, Meyer I, Hellwig K, Timmesfeld N (2026) Influenza and herpes zoster vaccine effectiveness in autoimmune or immune-mediated diseases. Journal of Infection and Public Health 19:103296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