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칼럼 항인지질항체증후군
항인지질항체증후군에 아스피린은 훌륭한 치료약일까요?
블로그

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항인지질항체증후군에 아스피린은 훌륭한 치료약일까요?

박석민
의료 감수 박석민 대표원장

무증상 항인지질항체 양성 환자에게 저용량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관행, 정말 혈전을 막아줄까요?

항인지질항체증후군 환자에게 처방되는 저용량 아스피린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은 자가항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임상에서는 증상이 없는 항체 양성 환자에게 혈전 예방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흔히 처방하지만, 무작위·이중맹검·플라시보 대조 연구를 살펴보면 아스피린군의 혈전·합병증 발생이 100 환자-년당 4.57건 vs 플라시보군 0.86건으로, 무증상 환자에서 아스피린의 혈전 예방 이득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항인지질항체증후군에서 아스피린 처방, 왜 관행이 되었나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은 한 번 형성된 자가항체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계속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관리해야 할까요.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증상이 없는 항체 양성 환자에게도 혈전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투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Pearl and Myth」라는 책에서는 이러한 처방 행위를 일종의 'Myth(미신)'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환자에게 무언가는 해드려야 하는 상황에서, 아스피린은 위해성이 비교적 적고 혈전을 막아준다고 널리 알려져 있으니 일단 처방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혈전이 생기는 진짜 원인은 면역계 이상

항인지질항체증후군 환자에게 혈전이 반복되는 근본 이유는 혈액 응고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과 응고인자를 겨냥한 자가항체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가항체는 주로 **plasma cell(형질세포)**에서 생성됩니다.
  • plasma cell은 B cell이 분화하면서 만들어진 형태입니다.
  • B cell은 BAFF, APC, Th cell, 자가항원 등 다양한 자극을 받아 활성화됩니다.

즉 문제의 출발점은 면역계에 있습니다. 아스피린을 복용한다고 해서, 또는 와파린이나 헤파린을 쓴다고 해서 이 근본 구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적·환경적·내분비적 요인이 얽혀 자가항체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면역계 자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면역의 마지막 단계만 차단하는 저용량 아스피린

안타깝게도 양약에는 이러한 면역계 교정을 직접 겨냥하는 치료 방식이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SLE(전신홍반루푸스) 환자에게 HCQ(하이드록시클로로퀸)가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존재합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면역의 이상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면역반응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발생하는 혈전 생성만을 막으려는 약물입니다. 다시 말해 원인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한 지점만 누르는 셈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심혈관 질환 예방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이 폭넓게 쓰이고 있지만, 이 경우조차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증상 항체 양성 환자 대상 임상연구가 말해주는 것

그렇다면 항인지질항체증후군 환자에게 혈전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했을 때 실제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이중맹검·플라시보 대조 방식으로 설계된 임상연구가 진행된 바 있습니다.

무증상 항인지질항체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아스피린 임상연구 결과

2007년 뉴욕 코넬대학교가 주축이 되어 여러 기관이 함께 참여한 다기관 연구였습니다. 무증상 항인지질항체 양성 환자 총 98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고, 이중맹검 방식으로 한쪽에는 81mg/day의 아스피린을, 다른 쪽에는 플라시보약을 투여하며 평균 2.3년 동안 관찰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관찰군도 따로 두었습니다. 61명에게는 아스피린임을 고지하고 투여했고, 대조군 13명은 아무런 약을 쓰지 않은 채 관찰하면서 두 그룹의 임상 양상을 비교했습니다.

참고로 '환자-년'은 환자 수에 관찰 기간(햇수)을 곱한 단위로, 예를 들어 50명을 평균 2년간 관찰하면 100 환자-년이 됩니다.

본연구(무작위·이중맹검)의 결과

  • 아스피린 치료군: 100 환자-년당 혈전·합병증 4.57건
  • 플라시보 대조군: 100 환자-년당 혈전·합병증 0.86건

관찰연구의 결과

  • 아스피린 복용군: 100 환자-년당 2.7건
  • 무투약 대조군: 0건

두 결과 모두에서 오히려 아스피린을 쓰지 않은 군의 혈전·합병증 발생 비율이 더 낮게 나타났습니다.

연구가 내린 결론과 그 의미

저자들은 결론에서 '무증상으로 항인지질항체가 검출되는 환자에게는 저용량 아스피린이 혈전을 막아주는 이득을 기대할 수 없다'고 코멘트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Pearl and Myth」 역시 이 논문을 인용하며 아스피린의 예방 효과를 'myth(미신)'라고 표현했습니다.

물론 이 연구는 대규모·장기간 연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무작위·이중맹검·플라시보 대조라는 비교적 잘 설계된 구조를 갖추고 있어 참고 가치는 큰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기전이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한약이 항인지질항체의 농도를 낮추고 임상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 왔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 방면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으며, 일본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는 한약을 면역억제제로 언급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을 면역계 자체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혈전이라는 결과의 마지막 단계만이 아니라 자가항체가 만들어지는 과정 전반을 함께 살피는 방향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증상 항인지질항체 양성이면 저용량 아스피린을 꼭 먹어야 하나요?
A. 임상에서 혈전 예방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이 흔히 처방되지만, 2007년 코넬대학교 주축의 무작위·이중맹검 연구에서는 무증상 항체 양성 환자에서 아스피린의 혈전 예방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복용 여부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아스피린이나 와파린으로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나요?
A. 혈전의 근본 원인은 응고인자 등을 겨냥한 자가항체가 면역계에서 계속 만들어지는 데 있습니다. 아스피린·와파린·헤파린은 혈전 생성이라는 마지막 단계에 작용하는 약물이어서, 자가항체가 생성되는 면역계 자체를 교정하는 치료와는 접근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Q. 한약이 항인지질항체에 도움이 될 수 있나요?
A. 기전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한약이 항인지질항체 농도를 낮추고 임상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 왔으며, 일본에서는 한약을 면역억제제로 다룬 논문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다만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용이 달라지므로 전문 의료기관의 진단이 필요합니다.

고민되는 증상이 있으신가요?

이레한의원에서 1:1 맞춤 상담을 받아보세요.

박석민

박석민 대표원장

19년간 자가면역질환과 구강작열감증후군과 같은 신경병증성 통증을 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의료진 소개 더보기 →

관련된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