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항인지질항체증후군(Antiphospholipid syndrome, APS)
반복되는 유산과 원인 모를 혈전, 혹시 항인지질항체증후군 때문은 아닐까요?

항인지질항체증후군(Antiphospholipid syndrome, APS)은 혈액 속 항인지질항체가 비정상적인 혈전(피떡)을 만들어내면서 다양한 임상 증상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루푸스, 쇼그렌증후군 같은 다른 자가면역질환에 동반되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반복 유산이나 젊은 나이의 뇌졸중처럼 원인이 분명치 않은 사건의 배경에 이 항체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왜 항체가 혈전을 만드는가
이 질환에서 문제가 되는 항체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인지질 자체(카디오리핀, b2-glycoprotein I, phosphatidylserine, phosphatidic acid, phosphatidylinositol, phosphatidylcholine, phosphatidylethanolamine)에 대한 항체이고, 다른 하나는 인지질에 결합하는 단백질(prothrombin, annexin V, protein C, protein S, C4, C5, heparan sulfate, thrombin)에 대한 항체입니다. 이 항체들이 응고·항응고 균형을 흐트러뜨려 혈관 안에서 혈전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합니다.
진단의 핵심이 되는 세 가지 항체
실제 진단과 치료 방향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체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 항카디오리핀항체(ACL) — IgG ACL(GPL)와 IgM ACL(MPL)이 혈전 생성과 관련됩니다. 다만 검사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병원마다 수치 차이가 있는 편입니다. 분류 기준은 저가 양성 10
20, 중가 양성 2080, 고가 양성 80 이상이며, 한 번 검사로 끝내기보다 6주 이상 간격을 두고 1회 이상 중가 또는 고가로 나올 때 정확도가 높습니다. - 루푸스항응고인자(LAC) — 이름은 '항응고'지만 실제로는 혈전증을 유발하는 항체입니다. 프로트롬빈이 트롬빈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차단해 피브린 형성을 억제하므로 검사상으로는 응고지연이 나타나지만, 몸 안에서는 오히려 혈전 위험을 높입니다.
- 항 b2-glycoprotein-I 항체 — 이 항체가 존재하면 진단의 특이도가 높아집니다.
어떻게 진단하는가
2006년 개정된 진단분류기준에 따르면, 아래 임상증상 중 1개 이상을 가지면서 동시에 검사소견에서 2번 이상 양성일 때 진단합니다.
- 혈전증 — 객관적인 영상·검사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 임신 합병증 — 10주 이후 형태학적으로 정상인 태아의 유산이 1회 이상, 또는 34주 이전 자간증·태반기능부전으로 인한 정상 태아의 조산이 1회 이상, 또는 10주 이전 원인 불명의 자연유산이 연속 3회 이상 발생한 경우.
검사기준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항체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할 때입니다.
온몸을 위협하는 증상들
혈전은 어느 혈관에서나 생길 수 있어 증상도 장기별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 말초 혈전증: 심부정맥혈전증, 하지 표재성 정맥염, 상하지 동정맥 혈전증, 쇄골하·경정맥 혈전증
- 혈액: 혈소판감소증, 용혈성빈혈, Evans syndrome, 골수괴사, 혈전미세혈관병증
- 피부: 망상혈반증, 손가락괴사, 손발톱밑 선상 출혈, 하지 궤양
- 신경: 뇌졸중, 두통, 편두통, 경련, 무도병, 치매, 횡단척추염
- 눈: 안구건조증, 상공막염·공막염, 포도막염, 망막혈관 혈전증, 망막박리,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
- 신장: 신동맥 혈전·경색, 신정맥 혈전, 단백뇨, 고혈압, 말기 신부전
- 심장: 심근경색, 협심증, 대동맥판 비후, 승모판 결절
- 폐: 폐색전증, 폐고혈압증, 폐동맥 혈전증, 폐포 출혈
- 위장관: 간정맥폐쇄, 간경색, 간문맥고혈압, 급성 장경색, 비장 경색, 급성 췌장염
- 임신: 자간전증·자간증, HELLP syndrome, 태반 부전, 습관성 유산, 조산, 자궁내성장지연
예후 — 장기 연구가 말해주는 것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이 병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가"입니다. APS 환자 1,000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혈전증 재발은 16.6%**에서 발생했습니다. 형태별로는 뇌졸중 24명, 일과성뇌허혈발작 23명, 심부정맥혈전증 21명, 폐색전증 21명 순이었습니다.
- 임신한 여성의 경우 **유산 17.1% vs 조산 35%**로, 조산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았습니다.
- 5년간 총 53명이 사망했으며, 사망 원인은 박테리아 감염증 21%, 심장질환 19%, 뇌졸중 13%, 출혈 11.3%, 악성종양 11.3%, 파국적 APS(Catastrophic APS) 9.4%, 폐색전증 9.4% 순이었습니다.
다른 자료에서도 원발성 APS 진단 1년 후 약 1/3에서 영구적 장기손상이 발생했고 1/5은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웠다고 보고합니다. 혈전증 과거력이 없던 APS 산모도 8년 관찰 결과 35%에서 관련 임상소견이 확인되었으며, 장기적으로는 상당수가 심장판막 질환을, 드물게는 신부전을 겪습니다.
치료의 방향
혈전 예방이 치료의 중심입니다. 혈전증 기왕력이 있는 환자가 항응고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어 아스피린, 와파린 등을 사용합니다. 다만 과거 혈전 소견이 없던 환자에게는 예방적 항응고제가 효과가 없다는 보고가 있으며, 대신 자가면역질환에 쓰는 HCQ(항말라리아제)가 혈전 진행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임신 관리의 경우, 적절한 관리를 받은 APS 환자의 70%는 건강한 출산이 가능합니다. 산모의 혈전증, 태아사망, 전자간증, 태반부전, 태아발육부전, 조산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헤파린과 저용량 아스피린을 사용하며, 스테로이드는 쓰지 않습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루푸스·쇼그렌증후군 등에 동반되기 쉬운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의 특성을 고려해, 환자 한 분 한 분의 항체 양상과 동반 질환을 살핍니다. 기존 치료의 흐름을 존중하면서,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으로 환자의 전반적인 컨디션과 삶의 질을 함께 관리하는 방향을 고민합니다.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항인지질항체가 한 번 양성으로 나오면 바로 APS인가요?
A. 아닙니다. 항체 검사는 일시적으로 양성이 나올 수 있어, 6주 이상 간격을 두고 2번 이상 양성이면서 혈전증이나 임신 합병증 같은 임상증상이 동반될 때 진단합니다.
Q.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이 있으면 임신은 어려운가요?
A.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헤파린과 저용량 아스피린을 활용한 적절한 관리를 받으면 약 70%에서 건강한 출산이 가능합니다. 임신 계획 단계부터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루푸스나 쇼그렌증후군이 있는데 이 검사를 꼭 받아야 하나요?
A.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은 루푸스, 쇼그렌증후군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동반되는 경우가 있어, 원인 모를 혈전이나 반복 유산 병력이 있다면 관련 항체 검사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