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스트레스가 감정의 뇌를 거쳐 면역계를 활성화시키는 길, 그리고 「파충류의 뇌」라는 오해
감정을 다루는 뇌 부위는 호르몬과 신경 두 갈래로 면역기관을 직접 자극합니다. 293명을 3.7년 추적한 연구에서 편도체 활성이 높을수록 골수 활성과 동맥 염증이 함께 높았고 심혈관 사건 위험이 1.59배였습니다.
목차
감정과 스트레스에 관여하는 뇌 회로는 신경과 호르몬을 통해 면역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93명을 3.7년 추적한 연구에서 편도체 활성이 높을수록 골수 활성과 동맥 염증이 함께 높았습니다. 편도체 활성이 1표준편차 높을 때 심혈관 사건의 위험비는 1.59였지만, 인과관계를 확정한 결과는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아프다는 말은 오래된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최근 연구는 스트레스 반응과 면역계를 연결하는 경로를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오늘은 변연계에서 면역계로 이어지는 길을 정리하고, 함께 널리 퍼진 「파충류의 뇌」라는 표현이 진화적으로 맞는 말인지 최근 논문을 통해 검증해 보겠습니다.
감정을 다루는 뇌가 왜 면역계까지 영향을 줄까요?
변연계는 감정과 기억을 다루는 뇌 부위들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에요. 편도체와 해마가 대표적이에요.
이 부위들이 면역과 연결되는 통로는 시상하부예요. 편도체가 위협을 감지하면 시상하부의 한 작은 핵으로 신호를 보내고, 거기서 몸 전체로 신호가 나갑니다.

신호는 두 갈래로 갈라져요.
- 호르몬 갈래는 시상하부에서 뇌하수체를 거쳐 부신에 닿습니다. 코르티솔이 나오는 길이며, 혈류를 타고 느리게 퍼집니다
- 신경 갈래는 척수를 따라 내려가 교감신경절을 거쳐 면역기관을 직접 자극합니다. 골수와 비장, 흉선, 림프절에 신경 말단이 실제로 분포합니다
- 신경 갈래가 훨씬 빠릅니다. 호르몬이 분 단위라면 신경은 초 단위입니다
면역기관에도 신경이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반대 방향의 브레이크도 있어요. Tracey (2002)가 정리한 미주신경 경로로, 미주신경 자극과 연관된 신경·면역 회로가 비장의 염증성 물질 분비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주신경이 비장 면역세포에 직접 연결되는 단순한 한 가닥 경로로 이해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몸이 스스로 염증을 끄는 회로예요.
해마는 코르티솔이 계속 나오지 않도록 제동을 겁니다
코르티솔은 평소에도 분비되며 하루 리듬에 따라 변합니다. 스트레스 반응이 과도하게 지속되지 않도록 해마뿐 아니라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등 여러 부위가 되먹임 조절에 참여합니다.
- 혈중 코르티솔이 오르면 해마가 이를 감지합니다
- 해마가 다른 신경 회로를 거쳐 시상하부의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하는 데 기여합니다
- 이것을 음성 되먹임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만성 스트레스에서 이 브레이크가 약해진다는 것이에요. 동물 연구에서는 만성 스트레스와 해마 신경세포의 가지 변화가 관찰됩니다. 사람의 해마 부피와 스트레스 호르몬 반응은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으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반드시 해마가 줄고 코르티솔이 계속 높아진다고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코르티솔의 역설이 여기서 생깁니다
코르티솔은 염증을 끄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만성 스트레스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와요.

Cohen et al (2012)이 사람에서 이것을 확인했습니다. 성인 276명의 스트레스 경험과 코르티솔 수용체 반응성을 측정한 뒤, 격리 상태에서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시켰습니다.
- 오랜 위협을 겪은 사람에게서 코르티솔 수용체의 반응이 무뎌져 있었습니다
- 이 상태였던 사람이 이후 감기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았습니다
- 두 번째 시험에서는 수용체 반응이 무딜수록 코 분비물의 염증성 물질이 더 많이 나왔습니다
코르티솔의 양뿐 아니라 면역세포가 그 신호에 얼마나 반응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이 연구가 모든 만성 스트레스 환자에서 코르티솔 과다를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이 결과는 스트레스와 염증의 관계를 이해하는 단서입니다. 다만 감기 바이러스 노출 연구를 자가면역질환의 악화 기전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질환별로 면역 조절 이상과 치료의 영향이 다릅니다.
사람에게서 직접 확인된 연결
동물 실험만으로는 부족해요. Tawakol et al (2017)이 사람에서 이 경로를 영상으로 추적했습니다.
심혈관질환이 없던 293명을 중앙값 3.7년 추적했고, 그동안 22명에게 심혈관 사건이 생겼습니다.

- 편도체 활성이 높을수록 골수 활성이 높았습니다. 상관계수 0.47이며 P<0.0001입니다
- 편도체 활성이 높을수록 동맥 염증도 높았습니다. 상관계수 0.49입니다
- 편도체 활성이 1표준편차 높을 때 심혈관 사건의 위험비(hazard ratio)가 1.59였습니다. 95% 신뢰구간은 1.27에서 1.98입니다
- 통계적 매개 분석에서는 골수 활성과 동맥 염증이 이 관련성을 일부 설명했습니다. 실제 인과 순서를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상관계수는 두 값이 함께 움직이는 정도를 -1에서 1 사이로 나타낸 수치입니다. 0.47과 0.49는 중간 정도의 관련성입니다.
편도체 활성, 골수 활성, 혈관 염증, 이후 심혈관 사건 사이에 관련성이 관찰되었습니다. 공통 원인이나 잔여 교란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골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스트레스와 뇌 면역세포 칼럼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파충류의 뇌」라는 말은 맞을까요?
여기서 널리 퍼진 표현을 짚고 넘어가야 해요. 변연계를 두고 파충류 시절부터 있던 원시적인 뇌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표현은 1960년대에 폴 매클린이 제안한 삼위일체 뇌 모형에서 나왔습니다. 뇌가 세 층으로 쌓여 있다는 그림이에요.

그런데 이 표현에는 사실 오류가 두 겹 있어요.
첫째, 지목한 부위가 다릅니다. 매클린의 도식에서 파충류 복합체로 불린 것은 변연계가 아니라 기저핵이에요. 변연계는 고포유류의 뇌라고 따로 불렸습니다. 흔히 쓰는 「변연계는 도마뱀의 뇌」라는 말은 원래 도식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둘째, 도식 자체가 폐기되었습니다. Cesario et al (2020)은 이 모형이 신경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에 신뢰를 잃었지만 심리학 교과서에는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진화는 층으로 쌓이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갈래로 나뉘어 이루어집니다
무엇이 틀렸는지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Tosches et al (2018)이 파충류의 뇌를 단일세포 수준에서 분석했습니다. 거북과 도마뱀의 뇌세포 유형을 하나씩 읽어 포유류와 비교한 연구예요.
- 파충류에게도 해마에 해당하는 구조와 세포 유형이 있었습니다
- 대뇌피질에 해당하는 세포 유형의 뿌리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 즉 포유류가 새로 만들어 얹은 것이 아니라, 공통 조상의 구조가 양쪽에서 각기 달라진 것입니다
편도체도 마찬가지예요. 파충류와 조류, 양서류에서 상동 구조가 확인되어 있습니다.
조류 쪽에서도 같은 교정이 있었습니다. Reiner et al (2004)을 포함한 연구자들이 조류의 앞뇌가 대부분 기저핵이라는 오래된 설명이 틀렸음을 확인하고 뇌 부위 이름을 공식적으로 바꿨습니다.
뇌는 양파처럼 새 층이 덧씌워진 것이 아닙니다. 공통 조상이 가지고 있던 부위들이 각 계통에서 함께 변형되어 온 것입니다. 파충류의 뇌도 파충류 나름대로 3억 년 동안 진화했습니다. 멈춰 있던 것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무엇이 정말로 오래된 것일까요?
통념이 완전히 빗나간 것은 아니에요. 절반은 맞습니다.
Denver (2009)가 정리한 것처럼,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신경내분비 축 자체는 척추동물 전반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어류에도 같은 계열의 호르몬이 스트레스에 반응해 나오는 축이 있어요.
- 특정 부위를 ‘원시적인 뇌’라고 부르기보다, 여러 뇌 구조와 스트레스 대응 체계가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 이 회로는 위협에 맞서 에너지를 동원하고 면역을 재배치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 짧게 작동했다 멈추도록 만들어진 회로가 오래 켜져 있을 때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니 정확한 표현은 「우리 뇌 안에 도마뱀의 뇌가 남아 있다」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회로가 척추동물 공통 조상 때부터 보존되어 왔다」입니다.

이레한의원 코멘트
인천 송도에서 진료하다 보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오신 분을 자주 만납니다. 그 말이 증상을 가볍게 여기는 뜻으로 쓰였다며 서운해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 자료가 알려 주는 것은 달라요. 스트레스는 마음의 상태로 끝나지 않고 골수와 혈관까지 닿는 경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영상으로 확인된 연결입니다.
다만 조심할 부분도 분명합니다. 편도체 활성과 심혈관 사건의 관계는 관찰 연구에서 나온 것이라 원인과 결과를 확정하지 못합니다. 또한 이 논문은 스트레스 감소 치료로 해당 경로나 심혈관 사건이 개선되는지를 시험한 연구가 아닙니다.
한약이 이 축을 조절해 증상을 낫게 한다는 사람 대상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세포와 동물에서 지표가 움직였다는 보고는 있으나 사람의 치료 효과로 옮겨 말할 수 없습니다.
본원에서는 필요한 검사와 처방약 조절을 담당 진료과와 상의하시도록 안내합니다. 진단과 약은 해당 진료과에 맡기고,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에서는 잠과 소화, 피로처럼 일상에서 걸리는 부분을 함께 살피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변연계가 파충류의 뇌라는 설명은 왜 아직도 흔한가요?
A. 1960년대에 제안된 삼위일체 뇌 모형이 대중서와 교과서에 오래 실렸기 때문입니다. 신경생물학 분야에서는 이미 폐기되었지만 다른 분야에는 남아 있다고 지적됩니다.
Q. 그럼 파충류에게도 감정이 있나요?
A. 이 글이 다루는 범위를 넘는 질문입니다. 다만 편도체와 해마에 해당하는 구조가 파충류에게도 있다는 것은 확인되어 있습니다.
Q. 스트레스 검사로 이 경로를 확인할 수 있나요?
A. 연구에서는 특수 영상을 썼고 일상 진료에서 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혈액 염증 지표만으로 편도체 활성이나 이 경로를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검사 필요성은 증상과 위험 요인에 따라 담당 진료과에서 판단합니다.
Q.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스트레스의 영향이 더 큰가요?
A. 스트레스가 일부 환자의 증상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모든 자가면역질환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질환 활성도와 수면, 복용 약물, 다른 악화 요인을 담당 진료과에서 함께 살펴야 합니다.
참고문헌
- Tracey KJ (2002) The inflammatory reflex. Nature 420:853-859
- Cohen S et al (2012) Chronic stress, glucocorticoid receptor resistance, inflammation, and disease risk. Proc Natl Acad Sci U S A 109:5995-5999
- Tawakol A et al (2017) Relation between resting amygdalar activity and cardiovascular events: a longitudinal and cohort study. Lancet 389:834-845
- Cesario J, Johnson DJ, Eisthen HL (2020) Your Brain Is Not an Onion With a Tiny Reptile Inside. Curr Dir Psychol Sci 29:255-260
- Tosches MA et al (2018) Evolution of pallium, hippocampus, and cortical cell types revealed by single-cell transcriptomics in reptiles. Science 360:881-888
- Reiner A et al (2004) Revised nomenclature for avian telencephalon and some related brainstem nuclei. J Comp Neurol 473:377-414
- Denver RJ (2009) Structural and functional evolution of vertebrate neuroendocrine stress systems. Ann N Y Acad Sci 1163:1-16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