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면역이 내 몸을 공격하기까지 — 세포 표면 당사슬이 정하는 반응의 문턱
면역이 왜 하필 내 몸을 공격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유전자와 항체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세포 표면을 덮고 있는 당사슬이라는 층이 그 판단에 깊이 관여한다는 쪽으로 연구가 모이고 있습니다.
목차
면역이 왜 하필 내 몸을 공격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유전자와 항체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세포 표면을 덮고 있는 당사슬이라는 층이 그 판단에 깊이 관여한다는 쪽으로 연구가 모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분야를 정리한 최근 리뷰 논문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세포 표면의 당사슬이란 무엇인가요?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세포 사이 물질은 당사슬(glycan)로 덮여 있습니다.
단백질에 당이 붙는 과정을 당화(glycosylation)라고 하며, 이는 단백질에 일어나는 가장 흔한 변형 가운데 하나입니다. 붙는 자리에 따라 N형과 O형으로 나뉘고, 가지가 몇 개 뻗었는지에 따라 모양이 크게 달라집니다.
Pinho et al (2023)은 이 당사슬 층을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분자 패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세포가 자기 상태를 겉면에 적어 둔 표지판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그 표지판을 읽는 쪽도 있습니다
표지판이 있으면 읽는 쪽이 있어야 합니다.

당사슬을 알아보는 단백질을 당결합단백(glycan-binding protein, GBP)이라고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세 계열이 있습니다.
- 갈렉틴(galectin) — 세포 밖으로 나와 여러 당사슬을 한꺼번에 붙잡습니다
- 시글렉(siglec) — 시알산이라는 특정 당을 알아봅니다
- C형 렉틴(C-type lectin) — 칼슘이 있어야 작동하며 선천면역세포에 많습니다
이들이 특정 당사슬 구조를 알아보면 면역 반응의 크기와 성격, 그리고 그 세포의 운명까지 다시 조정됩니다.
면역세포가 반응할지 말지를 정하는 문턱
가장 잘 알려진 예가 T세포입니다.
T세포 표면에는 항원을 알아보는 수용체(T-cell receptor, TCR)가 있습니다. 이 수용체에 가지가 많이 뻗은 복합 당사슬이 붙으면, 갈렉틴-3이 여러 지점을 동시에 붙잡아 표면에 격자 구조를 만듭니다.

이 격자는 수용체들이 한곳에 모이는 것을 막습니다. 수용체가 모여야 신호가 켜지므로, 결과적으로 T세포가 활성화되는 문턱이 올라갑니다.
이 가지를 만드는 효소가 GnT-V이고 이를 만드는 유전자가 MGAT5입니다. 이 조절 회로가 흐트러지면 T세포가 과활성화되고 자가면역질환에 취약해진다고 보고되어 있으며, 다발성경화증이 그 예로 제시되었습니다.
같은 논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CTLA-4처럼 성장을 억제하는 수용체가 표면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되어 억제 쪽으로도 작동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에서 무엇이 달라져 있나요?

논문은 자가면역질환에서 관찰된 변화를 네 단계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감염이나 염증 환경 같은 외부 자극이 당사슬을 만드는 유전자들의 발현을 바꿉니다. MGAT1, MAN2A1, ST6GAL1 같은 이름이 거론되었습니다.
둘째, 그 결과 세포 표면에 평소와 다른 당사슬이 드러납니다.
셋째, 류마티스관절염과 전신홍반루푸스에서 갈렉틴-1과 갈렉틴-3의 수치가 낮아져 있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표지판을 읽어 주던 쪽이 줄어든 셈입니다.
넷째, 가지가 덜 뻗은 단순한 당사슬, 특히 만노스가 많은 형태가 겉으로 드러나면 DC-SIGN 같은 C형 렉틴이 이를 알아보고 염증 경로를 켭니다.
표지판이 바뀌고 읽는 쪽도 줄어들면서 면역의 균형 장치가 함께 무너지는 구도입니다.
어떤 면역세포는 살고 어떤 면역세포는 죽나요?
당사슬은 면역세포의 생사에도 관여합니다.

염증을 이끄는 Th1 세포와 Th17 세포는 갈렉틴-1이 달라붙을 수 있는 당사슬을 갖추고 있어 세포사가 유도됩니다. 반면 Th2 세포는 표면 단백질에 시알산이 다르게 붙어 있어 갈렉틴-1이 알아보지 못하고, 그래서 살아남습니다.
이 원리를 이용해 갈렉틴-1을 직접 투여했더니 실험적 자가면역 뇌척수염과 콜라겐 유도 관절염을 비롯한 여러 동물 모델에서 만성 염증이 억제되었습니다.
다만 여기까지는 동물과 세포 단계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소화기 증상이 함께 오는 분들께는 이 대목이 와닿으실 것입니다.

장 상피세포에서 특정 O형 당사슬을 만들지 못하게 한 쥐는 자발적으로 장염이 생겼습니다. 당사슬 층이 장 점막을 지키는 구조물 노릇을 한다는 뜻입니다.
푸코스라는 당도 거론되었습니다. FUT2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있어 이 당을 점막에 잘 내걸지 못하는 사람을 비분비형이라고 부르는데, 이 형질이 크론병에 더 잘 걸리는 것과 연관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장내 세균이 이 유전자의 발현을 끌어올린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어떤 세균은 그 푸코스를 가져다 자기 표면에 붙여 면역의 눈을 피하는 데 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진단에도 쓸 수 있을까요?
논문은 당사슬과 당결합단백이 진단과 예후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일 가능성을 함께 다뤘습니다.
루푸스 환자의 혈청에서 갈렉틴-9 수치가 높게 나온다는 보고가 있고, 그 수치가 콩팥 침범과 관련된다는 관찰도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아직 연구 단계이며, 진료실에서 쓰는 검사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닙니다.
한의원에서는 어떻게 보나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쇼그렌증후군과 루푸스, 베체트병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에서 나타나는 통증과 건조 증상, 소화기 증상을 오래 진료해 왔습니다.
당사슬을 측정하거나 그 수치를 바꾸는 치료를 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혈액 검사나 항체 검사를 하지 않으며, 이 분야는 아직 검사실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연구가 진료실의 관점과 겹치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을 「면역이 너무 세서 생긴 병」으로만 보지 않고, 조절 장치가 헐거워진 상태로 본다는 점입니다.
저희가 다루는 부분은 그 상태에서 나타나는 증상 — 통증, 건조감, 소화기 불편, 피로 — 이며, 면역 자체를 재설계한다고 말씀드리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면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을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 모든 세포는 당사슬로 덮여 있고, 이것이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표지판 노릇을 합니다
- 갈렉틴·시글렉·C형 렉틴이 이 표지판을 읽어 면역 반응의 크기와 성격을 다시 정합니다
- 수용체에 붙은 복합 당사슬이 격자를 만들어 T세포가 켜지는 문턱을 올립니다
- 류마티스관절염과 루푸스에서 갈렉틴-1과 갈렉틴-3이 줄어 있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 장에서는 O형 당사슬이 없으면 장염이 생기고, 푸코스 관련 형질이 크론병과 연관됩니다
- 다만 치료로 이어지는 부분은 아직 동물·세포 단계이며 사람 진료에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당사슬이라는 것이 혈당과 관계가 있나요?
A. 다릅니다. 여기서 말하는 당사슬은 세포 표면에 붙은 당의 구조물이며,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뜻하는 혈당과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Q. 당사슬 검사를 받을 수 있나요?
A. 아직 일반 진료에서 쓰는 검사가 아닙니다. 루푸스에서 갈렉틴-9 수치를 활용하려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단계입니다. 참고로 본원은 한의원이라 혈액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Q. 갈렉틴을 늘리는 방법이 있나요?
A. 동물 모델에서 갈렉틴-1을 투여해 염증이 줄었다는 보고는 있지만, 사람에게 쓰는 치료로 확립된 것은 없습니다. 영양제나 식품으로 조절한다는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Q. 당을 적게 먹으면 도움이 되나요?
A. 그렇게 연결되지 않습니다. 당사슬은 몸이 효소를 써서 만들어 붙이는 구조물이라, 먹는 설탕의 양과 직접 이어지지 않습니다.
Q. 크론병이 있는데 푸코스 형질을 확인해야 하나요?
A. 진료 지침에 들어 있는 검사가 아닙니다. 연관이 보고되었다는 단계이며, 검사 여부는 담당 진료과에서 판단하실 일입니다.
참고문헌
- Pinho SS, Alves I, Gaifem J, Rabinovich GA (2023) Immune regulatory networks coordinated by glycans and glycan-binding proteins in autoimmunity and infection. Cellular and Molecular Immunology 20:1101-1113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