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야간 교대 근무와 자가면역질환
목차
밤낮이 바뀌는 교대 근무, 자가면역질환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야간 교대 근무는 수면과 생활 리듬을 반복적으로 흔들면서 **후성유전적 변화(epigenetics)**를 유발하는 환경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실제 연구에서 야간 근무자는 면역 관련 유전자에서 메틸화 패턴의 변화가 관찰되었고, 다발성경화증 발생 위험이 주간 근무자보다 30~60%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자가면역질환 관리에서 직업적 유해 요인 조절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자가면역질환과 환경 유발 인자
쇼그렌증후군, 항인지질항체증후군, 루푸스 같은 전신성 자가면역질환은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환경적 유발 인자에 반복 노출될 때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 요인은 감염, 흡연, 약물, 스트레스 등 폭넓게 존재하는데, **야간 교대 근무(night shift work)**도 그중 하나로 꼽힙니다.
핵심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불규칙한 생체 리듬이 몸의 분자 수준 조절에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수면-각성 주기가 계속 뒤바뀌면 인체에는 여러 변화가 누적되는데, 그 대표적인 통로가 바로 후성유전입니다.
후성유전이란 무엇인가

후성유전은 DNA 염기 서열 자체는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DNA의 methylation, 히스톤 단백질 변형, microRNA 등의 변화로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즉 설계도(서열)는 그대로지만, 그 설계도를 얼마나 읽어내느냐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유전정보가 담긴 Gene은 A, C, T, G 네 개의 코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C" 분자에 "methyl group"이 붙는 현상을 DNA methylation이라 하며, 이런 변화는 유전자에 담긴 정보가 단백질로 표현되는 정도, 곧 유전자 발현의 수준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유전체를 코일 형태로 감아 고정하는 histone이라는 단백질이 있습니다. 이 단백질에는 다양한 모양의 꼬리가 붙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유전자 정보를 읽기 위해 코일이 풀리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결국 히스톤 꼬리의 형태에 따라 해당 영역의 유전자가 단백질로 발현되는 양이 조절되는 셈입니다.
이런 변화는 태아기 발달 과정, 살아가며 노출되는 환경 요소, 약물, 노화 과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몸에 후성유전적 흔적으로 새겨진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야간 근무가 DNA 메틸화에 남기는 흔적

야간 교대 근무 역시 DNA methylation에 영향을 주어 후성유전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환경 요인이 됩니다. 이를 직접 살펴본 연구가 있습니다. 미국 시애틀의 Hutchinson 암센터, 브라운 대학, Mount Sinai 병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입니다.
연구진은 주간 근무자 65명과 야간 교대 근무자 59명을 선별했습니다. 연령, 흡연 여부, 체중, 성별, 건강 상태, 인종 등을 비슷하게 맞춰 다른 변수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그리고 혈액을 채취해 다음 네 영역에서 두 그룹 간 차이를 비교했습니다.
- 475,800개의 loci 중 16,135개에서 차이 발견
- 20,164개의 genes 중 3,769개에서 차이 발견
- 22,721개의 CpG islands 중 7,173개에서 차이 발견
- 51,843개의 gene regions 중 5,508개에서 차이 발견
gene ontology enrichment analysis 결과, 면역 관련 gene에서 hypomethylation(메틸기 형성이 적게 일어나는 현상)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야간 교대 근무자 그룹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의 발생과 활성에 관여하는 TNFA, IFNG, GCR을 발현하는 gene의 promotor 부분에서 hypomethylation이 나타났습니다. 면역 신호를 조절하는 유전자의 발현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다발성경화증 위험은 실제로 얼마나 높아질까

후성유전적 변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야간 근무자에게 자가면역질환 발생 위험이 실제로 올라가는지 확인한 연구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에 관한 분석을 살펴보겠습니다.
- 다발성경화증 환자 1,342명 vs 대조군 2,900명을 비교한 연구
- 다발성경화증 환자 5,129명 vs 대조군 4,509명을 비교한 연구
이 두 연구를 분석한 결과, 야간 근무를 한 경우는 주간 근무만 한 경우에 비해 MS 발생 위험이 30~60%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위험이 두드러진 조건
조건을 세분화해 보면, 누적 위험이 특히 커지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 3년 이상 야간 근무를 한 경우 MS 발생 위험 약 2배
- 20세 이전부터 야간 근무를 시작한 경우 MS 발생 위험 약 2배
즉 야간 근무의 기간이 길수록, 그리고 면역계가 형성되는 이른 나이에 시작할수록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자가면역질환 관리에서 근무 환경 조절의 의미

자가면역질환은 일단 발생하면 오랜 기간 치료와 관리를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약물이나 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생활 관리와 유해 요소를 줄여 나가는 작업입니다. 본인의 직업적 유해 인자를 파악하고 조절하는 일이 장기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교대 근무처럼 생체 리듬을 반복적으로 흔드는 환경은, 가능하다면 근무 조건을 조정하거나 노출을 줄이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쇼그렌증후군, 항인지질항체증후군, 척추관절염,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베체트병 등 자가면역질환을 주로 진료하며, 치료와 함께 환자 개개인의 생활·직업 환경에서 비롯되는 유해 요인을 함께 살피는 접근을 지향합니다. 실제로 대학병원 3교대 간호사, 24시간 가동 공장 근로자분들이 치료를 위해 내원하고 계시며, 대부분 근무 조건을 조절하거나 환경을 바꾸어 가며 치료하도록 권유드리고 있습니다. 이직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야간 교대 근무를 하면 반드시 자가면역질환에 걸리나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가면역질환은 유전적 취약성을 가진 사람이 여러 환경 인자에 반복 노출될 때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야간 근무는 그 환경 인자 중 하나로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이해됩니다. 근무 형태 하나만으로 발병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 야간 근무는 우리 몸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나요?
불규칙한 수면과 생활 리듬은 DNA 염기 서열은 바꾸지 않으면서 메틸화 패턴 등 후성유전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야간 근무자의 면역 관련 유전자(TNFA, IFNG, GCR 등)에서 hypomethylation이 관찰되어, 면역 조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Q. 이미 자가면역질환이 있는데 교대 근무를 계속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나요?
가능하다면 근무 조건을 조정하거나 노출을 줄이는 방향이 권장됩니다. 불가피하게 같은 환경에서 계속 근무해야 하는 경우 치료 예후가 다소 어려울 수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환경 조절 방안을 의료진과 함께 상의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